막말의 이변…공화당 후보 따낸 트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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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로 사실상 확정됐다. 트럼프가 3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압승하자 그를 뒤쫓던 공화당 2위 주자인 테드 크루즈가 경선 중단을 선언하며 대선 후보는 트럼프로 정리됐다.

크루즈, 공화 경선 하차 선언
지지율 3%로 시작한 트럼프
이젠 주류 클린턴과 맞대결

당 전당대회를 주관하는 라인스 프리버스 전국위원회 위원장은 트위터에 “트럼프가 사실상의 대선 후보 지명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선은 워싱턴 주류 정치를 대표하는 클린턴 대 정치 아웃사이더로 치고 올라온 트럼프 간의 초유의 극과 극의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동시에 첫 남녀 성 대결로,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클린턴과 부동산 재벌 출신의 트럼프의 표싸움으로도 진행된다.

지난해 6월 “나는 부자”라며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3%대 지지율에 그쳤던 트럼프가 막말 캠페인으로 선거전을 휘저은 뒤 정치 명문가인 젭 부시, 젊은 보수 마코 루비오에 이어 복음주의 주자 크루즈를 잇따라 낙마시키며 공화당 주자에 오른 것은 미국 민주주의의 격변으로 간주된다.

트럼프의 대선 후보 등극은 주지사나 의원으로 정치 경력을 쌓은 뒤 당 지도부의 지원을 얻어내고 유권자의 호감을 극대화한다는 기존 선거 공식도 무너뜨렸다. 대신 트럼프는 막말 캠페인으로 여론의 중심에 선 뒤 워싱턴 정치에 때묻지 않은 트럼프식 ‘새 정치’로 버락 오바마 정부 8년에 반발한 공화당 백인 유권자들을 충성층으로 만들었다.

트럼프는 이날 “11월 대선에서 크게 이길 것”이라고 공언했다. 당 지도부는 7월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를 몰아내고 다른 후보를 세우는 방안을 모색했지만 트럼프 대항마였던 크루즈의 사퇴로 전당대회는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추인하는 장으로 바뀌었다.

민주당에선 클린턴이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에게 6%포인트가량 패배했지만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데는 영향이 없다. 클린턴 캠프의 존 포데스타 선대본부장은 “트럼프는 분열적이며 이 나라와 자유세계를 이끌 자질이 부족하다”고 공격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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