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 핵포기·국제사회와의 공존만이 살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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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5차 핵실험 강행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 지난 주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을 기습적으로 실시했다. 다음달 초로 예정된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핵 공격 역량을 갖췄음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정은이 지난달 15일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핵탄두 폭발 실험을 함께 지시한 사실을 고려할 때 5차 핵실험도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바닷속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잠수함이 발사하는 SLBM은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북한이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중에서 가장 위협적인 무기다. 게다가 SLBM이 수면 위에서 캡슐을 벗은 뒤 점화돼 공중으로 치솟는 콜드론치(cold launch) 기술 등이 지난해 12월 시험발사 때에 비해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전 배치 시기를 향후 2~3년 안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핵무기가 북한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최후 수단이라는 믿음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다. 필연적으로 아시아 핵무장 도미노를 초래할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를 국제사회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한·미·일 3국은 이미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더욱 강력한 제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과거처럼 유명무실하게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서둘러 깨는 게 좋다. 정부도 국제공조를 더욱 긴밀히 해 빈틈없는 대북제재를 이끌어야 한다. 중국과의 긴밀한 협조는 필수적이다.

아울러 핵 포기, 국제사회와의 공존만이 살길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북한에 보내야 한다. 이란과 쿠바와의 관계 진전에서 보듯, 핵을 포기한 북한에 대해 미국이 결코 적대적일 이유가 없음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래서 대화 테이블로 북한을 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가장 크고 효과적인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