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보수집회 개입’ 의혹 낱낱이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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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와대의 ‘관제(官製) 집회 개입’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청와대 측이 한·일 양국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를 환영하는 집회를 열도록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요청했느냐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저녁 JT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월 집회를 청와대 측과 상의한 바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추 총장은 청와대 지시설과 관련해 “지시가 아니다. 우리는 협의를 했고, 아는 사람이니까…”라고 말했다. 또 “행정관, 아는 사람은 있는데 그 사람은 시민단체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시사저널은 “추 총장이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 근무하는 허현준 행정관이 위안부 합의 관련 집회를 월요일(1월 4일)에 열어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추 총장은 또 “우리(어버이연합)는 월요일보다 위안부 수요집회가 있는 수요일(1월 6일)에 집회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인터뷰와 보도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청와대 지시는 없었지만 행정관과 협의는 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시든, 협의든 해당 행정관과 어버이연합 측이 집회와 관련해 연락을 주고받은 게 사실이라면 청와대의 집회 관여는 부인하기 어렵게 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허 행정관이 법적 대응에 나선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허 행정관은 정정보도 청구, 출간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에 이어 민형사 소송을 낸 상태다.

민주 사회에서 집회는 여론을 형성하는 통로다. 만약 청와대가 그 과정에 개입했다면 민주주의의 중요한 축을 흔드는 것이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전경련 지원금이 어버이연합에 유입된 것을 두고 정부와의 연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행정관 한 사람의 대응에 모든 걸 맡긴 채 넘어갈 모양새다. 소극적인 부인으로 끝날 상황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인가. 청와대는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그 결과를 국민 앞에 있는 그대로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