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충격"…대학·출판가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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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갑작스레 몰아친「이념서」일제단속 회오리는 자율무드가 정착돼 가던 대학가는 물론 출판계·서점가에까지 충격의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대학가는 정부가 82년 이후 표명해오던 이데올로기 비판교육정책의 후퇴가 아닌가 의아해하면서 학문연구의 자유위축을 우려하고 있으며 출판계에서는 압수대상이 폭넓은데 놀라며 그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점가에서는『유통과정서의 단속은 영세상인들만 골탕먹이는 처사』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단속사실이 보도된뒤 시중서점에는 단속대상에 오른「금서」를 오히려 찾는 젊은 독자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대학가>
고대의 김경근교수(신문방송학과)는『80년대 들어 정부가 이데올로기 비판 교육방침을 밝힌뒤 이분야에 대한 연구·저작이 활발해져 점차 학문적 분위기가 일어나는 마당에 이번 일제단속은 정부정책의 갑작스런 후퇴같다』며『정부가 꼭 이러한 조치를 취해야할 처지라면 학계나 출판계 사람들의 의견을 사전에 듣고 압수대상 서적의 기준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민두기교수(동양사)는『정부가 「금서」의 폭을 늘렸다 줄였다 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을 잃고 신뢰만 떨어뜨리게 되지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하면서 관계전문가들로「심의위원회」구성을 제의했다.
서울대 화공과 4학년 안대옥군(22)은『70년대 출판이 통제되던 시대로 되돌아 가는게 아닌가 우려된다』며『학생들에게 금서지정에 따른 호기심 자극 등 부작용이 따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사>
당초 50여종으로 알려졌던 「금서」가 2백여종으로 늘어나 무더기 압수소동을 빚은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그 선별기준에『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들.
한길사 대표 김언호씨(41)는『압수도서의 목록을 살펴보니 그 선정기준이 너무 당국의 일방적인 견해에 따른 것 같다』며『압수 도서중에는 대학에서 보편적인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인물·내용등을 다룬 것이 다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문화적으로 발전하고 독자의 의식이 성숙한 현재의 상황에서 「금서」지정은 오히려 호기심만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출판문화협회 윤형두부회장(50)은『이번 사태는 출판자유의 측면에서 매우 위협적』이라고 말하고『4일 상오11시 출판협회 회의실에서 긴급 상무이사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점가>
불황으로 가뜩이나 울상을 짓고있던 서점들은 압수회오리로 매상이 더욱 줄어들까 우려.
고대 앞 석탑서점주인 윤찬모씨(54)는『대부분의 학생들이 읽어야 할책과 읽어서는 안될 책을 잘 구분하고 있다』며『책에 대한 단속은 공급단계에서 해야지 유통단계에서 한다면 영세서점만 피해를볼뿐』이라고 불평했다.

<조사>
경찰은 3일 하오 「풀빛」대표 나병식씨(36·서울 역촌동2의39)등 출판사 대표 2명과 서울대앞 서점주인 김익수씨(32·서울 봉천4동863의13)등 2명, 세진인쇄소 대표 강은기씨 (47·서울 봉천7동196의4) 등 인쇄소대표 2명,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사무차장 장기표씨(41·서울 쌍문동208)등 사회단체간부 5명등 모두 12명을 연행, 이들중 7명을 계속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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