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화 신은 시진핑 … 연합작전지휘센터‘총지휘’까지 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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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차림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20일 각반을 착용한 채 중앙군사위 직속 기구인 연합작전지휘센터를 방문해 간부들과 만났다. 시 주석은 ‘중앙군사위 연합작전지휘센터 총지휘’라는 직함을 추가했다. 시 주석의 이날 행보는 지난해 말 직접 창설한 연합작전지휘센터의 수장임을 공개한 것이다. [해방군보 웨이보 캡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군(軍)개혁의 일환으로 창설한 연합작전지휘센터의 지휘관으로 취임한 사실이 공식확인됐다.

군 개혁 위해 지난해 창설한 조직
미국 합동참모본부 벤치마킹

마오쩌둥 버금가는 군 장악력
‘이기는 군대’강조 … 미군 겨냥한 듯

‘강군의 꿈(强軍夢)’을 실현하기 위한 시진핑 주석의 계획이 착착 진행되는 모양새다. 시진핑 주석은 20일 중앙군사위원회 직속 기구인 연합작전지휘센터를 시찰했다. 군복 차림의 시 주석이 각반을 차고 군화까지 신은 모습이 화면에 포착됐다. 중국중앙방송(CC-TV)는 이날 시 주석의 동정을 보도하며 ‘중앙군사위 연합작전지휘센터 총지휘’라는 직함을 추가했다.

당초 시진핑 주석을 설명할 때 나오는 직책은 국가주석·당 총서기·군사위 주석의 세 가지였다. 여기에 새롭게 ‘총지휘’라는 네 번째 직함이 추가됐다. 이는 시 주석이 지난해말 미군 합동참모본부를 벤치마킹해 창설한 연합작전지휘센터의 수장임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신중국 건국후에는 중국 최고지도자가 군 통수권을 장악했어도 작전에 대한 직책을 따로 맡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이번 행보는 의미가 깊다.

20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전쟁할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는 군대 건설을 근본 목표로 삼아 연합작전을 방해하는 모순과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부르짖은 ‘강군몽’에 대한 의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시 주석이 표방하는 중국군 개혁 목표는 간단하다. ‘싸울 수 있는 군대(能打仗), 싸워서 이기는 군대(打勝仗)’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는 기존 인민해방군이 지나치게 정치화되고 조직이 경색되어 현대전 통합작전 수행에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개혁함과 동시에 시 주석은 군 부패 문제도 발본색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부패척결’이라는 시진핑 주석 최고의 무기를 휘둘러 군대를 완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역대 지도자 가운데 시진핑 주석의 ‘군 장악력’은 마오쩌둥(毛澤東) 못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공산당 간부 교육기관인 중앙당교의 ‘간부학습망(網)’이 운영하는 어플리케이션 ‘학습중국’(學習中國)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해말 베이징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로켓군·육군지휘기구·전략지원부대 창립대회’에서 62년 만에 처음으로 군에 대해 공개훈시를 했다.

‘학습중국’은 “이로써 시 주석은 신중국 건국 이래 군에 대해 공개훈시를 한 두 번째 최고 지도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마오쩌둥이 1952~1953년 국방·군대건설에 관해 5차례 공개훈시를 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62년간 군에 대해 공개 훈시를 한 중국 최고지도자는 한 명도 없었다는 얘기다.

중국 베스트셀러인 『중국몽(中國夢)』의 저자는 시진핑 주석의 군 개편은 미군을 넘어 세계 최강군이 되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시 주석의 개혁 청사진을 소개한 『중국몽』의 저자 류밍푸(劉明福) 중국 국방대 교수는 시 주석이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를 건설하라”고 밝힌 말의 핵심은 미군을 이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 매체 명보(明報)가 보도했다. 류 교수는 2011년 량광례(梁光烈) 당시 국방부장(장관급)이 미·중 간 무기 수준이 20년 차이가 난다고 밝힌 것을 언급한 뒤 “우리(중국)는 결국 20년을 따라잡을 것”이라며 “중국 경제 규모가 미국을 넘어서리라 예상되는 만큼 군사적으로도 추월하는 게 정상이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들고 나온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지킨다는 측면에서도 중국 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군사적으로) 미국을 추월하는 게 국가 안보뿐 아니라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서울=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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