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헌 “청년일자리센터 약속” 우상호 “은퇴지원센터 건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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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성헌 후보(왼쪽 사진)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다섯 번째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전적은 2승2패로 동률이다. 8일 오후 이 후보는 홍제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입구에서, 우 후보는 홍제역 3번출구 부근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벚꽃 구경 잘하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8일 오후 벚꽃이 만개한 서울 서대문구 안산자락길. 양복에 어깨띠를 두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53) 후보가 지나가는 시민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빨간 점퍼를 입은 새누리당 이성헌(57) 후보가 선거운동원 7명과 함께 나타났다.

‘2승2패’ 5번째 대결 서울 서대문갑
상대편 표 가져오는 공약 내세워
“지면 지역구 떠날 것” 둘 다 배수진

▶이 후보=“왔어?”

▶우 후보=“어? 어~.”

둘은 어색하게 악수를 한 뒤 10m쯤 떨어져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연세대 81학번 동기지만 나이는 군 복무 후에 입학한 이 후보가 네 살 더 많다.

한 지지자가 우 후보에게 다가와 “저쪽에만 사람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라고 말하자 그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말아야죠”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하지만 20분도 안 돼 이번엔 우 후보 쪽 운동원 8명이 팻말을 들고 나타났다. 우 후보는 “누가 불렀어? 이건 내 콘셉트가 아닌데”라면서도 옆에 서서 인사를 계속 했다. 이 후보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유승민 의원도 지역의 심판을 받은 뒤 자신의 생각이 당의 정체성을 손상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받아들여도(복당해도) 문제 없다고 본다”며 당 공천 파동으로 인한 거부감을 불식시키는 데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서울 서대문갑은 이 후보와 우 후보가 다섯 번째 맞대결을 벌이는 곳이다. 역대 전적은 2승2패. 이 후보는 짝수인 16·18대, 우 후보는 홀수인 17·19대 의원을 지냈다. 사실상 이번이 결승전인 셈이다.

두 후보 모두 선거에서 지면 지역구를 떠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각오가 남다르다. 이 후보는 “다섯 번째 대결이라는 건 지역민들이 20년 동안이나 일할 기회를 줬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실패한다면 말 그대로 보따리를 싸겠다”고 말했다. 우 후보는 “지금까지 둘 다 8년씩 국회의원을 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누가 더 일을 많이 했느냐는 평가가 될 것”이라며 “냉정한 평가를 받으면 미련 없이 (지역구를) 떠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네 번의 선거 모두 한 자릿수 득표율로 승패가 갈린 것처럼 이번 선거도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의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사석에서는 서로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한 사이지만 선거전만큼은 양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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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선거 전략 또한 철저하게 상대편의 표를 가져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후보는 청년층을 공략하기 위해 “신촌에 청년일자리센터를 세우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반면 우 후보는 50~60대를 겨냥해 “은퇴 후반전을 준비하기 위한 은퇴지원센터를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 민심은 역대 전적처럼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홍제동에 사는 김현순(71)씨는 “홀수 선거 땐 우상호 후보가 국회의원이 됐으니 짝수인 20대 선거는 이성헌 후보에게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김동식(51)씨는 “민주당이 하는 일은 탐탁지 않지만 지역구에서 성실하게 일한 우 후보에게 마음이 쏠린다”고 말했다.

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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