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는 한·멕시코 FTA…협상 재개 실무협의체 연내 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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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올해 가동키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이날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단독·확대 정상회담, 협정 서명식과 공동 기자회견을 잇따라 가졌다. 두 정상 간 회담은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두 번째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회담서 합의
2008년 멕시코 차업계 반대로 중단
경제분야 등 MOU도 34건 체결
한국, 20조 에너지분야 진출 추진

한·멕시코 FTA 협상은 2008년 6월 멕시코 자동차 업계의 반대로 중단됐다. 따라서 실무협의체가 가동되면 사실상 8년 만에 양국은 FTA 협상의 물꼬를 다시 트게 된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실무협의체 논의는 협상 재개 선언의 전 단계로 보면 된다“며 “이번 양국 합의는 우리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때 멕시코가 지원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대선, 각국의 비준 절차 등으로 TPP 협상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양국 간 FTA 논의가 서로에게 이익을 준다는 판단에서 실무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경제 분야 양해각서(MOU) 29건을 포함해 총 34건의 MOU도 체결했다. 이로써 양국 간 사상 최대의 경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안 수석은 “멕시코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북미 수출을 위한 전초기지이자 중남미 최대의 교역 파트너”라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와 중남미 시장 진출 확대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큰 의미”라고 말했다. 양국은 또 에너지 분야(170억 달러·약 19조 5500억원)뿐 아니라 교통·수자원 등 멕시코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안 수석은 “아직 교통·수자원 분야에선 구체적인 사업 규모가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 기업의 많은 참여가 예상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멕시코는 국가인프라 프로그램(2014~18년)에 따라 교통·통신·에너지·수자원 등 6개 분야에서 총 743개의 프로젝트에 59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두 정상은 양국 간 전자상거래 협력을 통해 약 1억4000만 달러 수준의 시장 규모를 2018년까지 3억 달러로 늘리고, 보건의료·에너지 신산업·문화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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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열린 ‘한·멕시코 문화교류 공연’을 관람한 뒤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카를로스 데 이카사 멕시코 외교부 차관, 호야(인피니트), 박 대통령, 엘(인피니트), 올레가리오 바스케스 라냐 IOC 명예위원. [멕시코시티=김성룡 기자]

◆“무챠스 그라시아스”=박 대통령은 앞서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열린 ‘한·멕시코 문화교류 공연’에도 참석, 한류 지원 외교에 나섰다. 인피니트 등 아이돌 그룹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3200석의 공연장이 멕시코 한류 팬으로 꽉 찼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한국 문화를 더욱 사랑해 주시고, 저도 오늘같이 문화를 통해 두 나라가 소통하고 하나가 되는 기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며 스페인어로 “무챠스 그라시아스”(Muchas gracias·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멕시코시티=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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