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터키 ‘난민 빅딜’ 최종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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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일 0시(현지시간)부터 그리스에 비정상적 방법으로 도착한 이주민 중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들은 터키로 송환된다. 시리아 난민 한 명을 터키로 보낼 때마다 터키에 있는 시리아 난민 한 명을 유럽에 재정착시키는데 연간 한도가 7만2000명이다.

“그리스 망명 안되면 터키 송환”
전원 추방에서 한 발 물러나
국제사회 “대담한 도박” 평가

유럽연합(EU)과 터키가 18일 최종 합의한 난민 해법이다. 10여일 전의 ‘사실상 합의’보단 한발씩 물러난 내용이다. 당시엔 그리스 땅에 비정상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난민들 모두를 일단 터키로 송환하겠다고 했었다. 3만5000여 명 정도다. 국제 난민 단체들은 즉각 “일괄 송환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유럽의 터키에 대한 지원도 다소 줄었다. 60억 유로(7조8000억 원)의 지원금은 그대로다. 그러나 6월부터 터키 국민에게 비자 면제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터키가 기존 72개 면제 요건부터 충족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터키의 EU 가입 협상도 논의를 재개하는 수준이다. 이전의 ‘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덜어낸 것이다.

서구에선 여전히 “대담한 도박”(파이낸셜타임스)이란 평가다.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의 터키 송환은 실행 면에서나 윤리적인 면에서나 문제 소지가 적지 않아서다.

일단 수일 내 그리스에 불법 이주민들을 수용·심사·추방하는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게 난관이다. 그리스는 EU의 도움을 받아도 수주 일 걸릴 일로 여기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은 “헤라클레스적 도전(대단히 힘든 일)”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의 인권 침해 걱정도 크다. 갈수록 권위주의적 속성을 보이는 터키에 대한 불신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유럽 담당관인 빈센트 코체텔은 “서류상 합의는 국제법을 따르고 있지만 (현실에서)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AI)의 존 달후이센 유럽-중앙아시아 국장은 “터키는 난민과 이민자들에게 안전한 국가가 아니다”며 “이번 합의는 설탕으로 코팅된 청산가리 알약을 수상쩍게 삼킨 행위”라고 했다. 터키가 이번에 난민에 관한 국제법을 지키겠다고 구두로 약속했지만 구두선에 그칠 것이란 우려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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