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세장 폭력 빈발…괴한 연단 돌진 소동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기사 이미지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의 오하이오 유세 도중 시비가 붙은 지지자와 반대자. [AP=뉴시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유세장에서 주먹질이 오가는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시카고 일리노이대 유세장에서 시위대와 트럼프 지지자들이 충돌하다 시위대에 속한 흑인 청년과 트럼프 지지자인 백인 남성이 말싸움에 이어 주먹질을 벌였다. 한 남성은 연단에 올라 트럼프 반대를 외치다 경호요원에 의해 끌려 나갔다.

트럼프 “시위대 때리고 싶다” 자극
유세장서 편 갈린 청중들 몸싸움

유세장 바깥에선 히스패닉계 시위대 1000여명이 항의 시위를 하는 등 안팎에서 충돌이 계속됐다. 트럼프는 이에 유세를 취소하고 현장 방문을 포기했다. 12일엔 오하이오주 데이튼의 트럼프 유세장에서 괴한 한 명이 연단으로 돌진하려다 경호요원들에게 저지당했다.

유세 중이던 트럼프는 급히 몸을 숙이며 경호요원들이 그를 둘러쌌고 놀란 청중들의 비명이 이어졌다. 이날 저녁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유세에선 ‘인종차별 추방하라’는 시위대 구호에 트럼프 연설이 20여분 가량 중단됐다.

유세장 폭력 사태를 놓고 공화당 주자들까지 트럼프를 비판했다. 트럼프가 “(시위대의) 얼굴을 때려주고 싶다”며 자신의 지지자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일 트럼프의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장에선 백인 지지자가 시위에 나섰던 흑인 청년의 얼굴을 때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주)은 “미국을 분열시키는 트럼프가 후보로 지명되면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트럼프를 놓고 “(폭력 선동은) 정치적 방화”라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텍사스주 댈러스에 열린 행사에서 “모욕·조롱·사실조작·편가르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사실상 트럼프에게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미국인에 대한 폭력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폭력배들 때문에 (시카고) 유세가 취소됐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어 트럼프 유세장의 충돌 사태는 더 격화될 수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