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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퇴직 판검사…고위직은 개업, 중간급은 로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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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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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검장, 대검 강력부장, 수원지검장 ….’

공직자윤리법 시행 1년

 지난 한 달간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새로 간판을 내건 변호사들의 마지막 직함은 화려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퇴직한 ‘전관(前官)’들이 속속 법조타운에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지난해 3월부터 개정 공직자윤리법 시행으로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검사장 이상의 고위 판검사 출신은 퇴직 후 3년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로펌에 갈 수 없게 되면서 벌어진 풍속도다.

 고검장 승진이 유력시되다가 탈락하자 옷을 벗은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은 지난달 서초동에 사무실을 냈다. 그의 사법연수원 동기(18기) 중 함께 퇴직한 이들은 대부분 서초동에 단독 개업했다.

변찬우(56) 전 대검 강력부장과 오광수(56) 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김영준(56)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장 등이다. 정인창(52) 전 부산지검장만 작은 법무법인 율우의 대표변호사로 취임했다.

판사 출신 중엔 조인호(58·14기) 전 대전지법원장이 단독 개업 대열에 합류했다. 아직 간판을 걸지 않은 거물급 들도 곧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한때 정치권 진출설이 돌았던 김경수(56) 전 대구고검장은 “ 함께 일할 직원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성욱 전 대전고검장도 개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최근 단독 개업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 속 편한 면도 있다”며 “법무법인들도 대우가 예전만 못하고 작은 법무법인들과는 이견이 컸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장 판사나 부장·차장 검사 출신들에 대형 로펌의 러브콜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파트너급 변호사를 대거 내보낸 김앤장은 함윤식(46·27기) 전 서울고법 판사 등 지법 부장판사급 4명과 김영진(53·21기) 전 수원지검 차장 등 검사 출신 2명을 충원했다.

광장은 조세전담 재판부를 맡았던 마옥현(46·28기) 전 부장판사 등을 영입했다. 태평양·세종·화우 등은 1~2명씩의 부장 판검사 출신을 새로 들였다. 대형 로펌들은 싫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필요 이상의 이름값 지출 경쟁 없이 실무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매출액 100억원 로펌 취업 제한’은 전관 중심의 중소형 로펌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남기춘(56·15기) 전 서울서부지검장이 세운 법률사무소 담박은 이득홍 전 서울고검장을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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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은 이 전 고검장 외에도 홍기채(47·28기), 박형철(48·25기) 등 부장검사급 퇴직자들을 새로 받았다. 서울고법 수석부장 출신인 이광범(57·13기) 변호사가 이끄는 ‘LKB 파트너스’는 문준필(50·22기) 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등 6~7명을 수혈했다.

 또 다른 이유로 단독 개업을 택한 이들도 있다. ‘취업제한’ 대상인 김상준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LKB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고사했다고 한다. 그는 “ 공익사건이나 연구활동을 병행하기엔 개인 사무실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단독 개업하며 ‘대한민국 바로알기 연구원’의 문도 함께 연 임정혁(60·16기) 전 법무연수원장은 “우리나라의 역사적 자산을 재발굴 해 보려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임장혁·이유정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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