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목숨 중요’ 낙서 훼손에 분노한 저커버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기사 이미지

페이스북 본사의 벽에는 누구나 원하는 말을 쓸 수 있는 ‘페이스북 월’이 마련돼 있다. [사진 페이스북]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사진)가 사내 담벼락에 쓰인 흑인 인권 구호가 훼손되는 일이 반복되자 전 직원에게 경고성 글을 남겼다.

페북 본사 낙서벽에 누군가 덧칠
직원들에게 “악의적 행동 말라” 경고

25일(현지시간) IT전문매체 기즈모도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페이스북 본사 벽에 적혀 있던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가 훼손되고, 대신 ‘모든 목숨은 중요하다(all lives matters)’는 구호로 덮어 쓰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에 저커버그는 임직원들만 열람할 수 있는 비공개 게시판에 “발언의 자유를 억압하는 무례한 행동에 전에도 실망했다”며 “나의 메시지가 전달된 후에도 구호 훼손이 계속된다면, 악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앞서 다른 간부들이 몇 차례 구호 훼손에 대해 지적했는데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자 이번엔 본인이 나서 ‘최후 통첩’을 한 셈이다.

 저커버그는 또 “‘흑인의 목숨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른 이들의 목숨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흑인 사회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고 요구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담벼락에 무엇을 쓸 수 있는지에 관해 따로 규칙을 정하진 않았지만, 모두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며 “내용이 무엇이건, 쓰인 곳이 어디건 글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본사에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커다란 칠판이 설치돼 있으며 수시로 아무 글이나 쓸 수 있다.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는 구호는 2012년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총격으로 숨지게 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지머먼이 무죄로 풀려난 데 항의하기 위해 흑인 사회가 만들었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이에 맞서 ‘모든 목숨은 중요하다’는 반대 구호를 만들었다.

 페이스북 임직원 중 대부분은 백인(55%)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그 다음으로 아시아계(36%) 비중이 높고, 라틴계(4%)와 흑인(2%) 비중은 매우 낮다. 이 같은 인종 분포는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흔한 현상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