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시인과 화가들 ‘30년 협업’ 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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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박영숙(75·사진)씨는 문화운동가들을 보듬는 큰 품으로 이름났다. 서울 삼청로 트렁크갤러리를 이끌며 예술 동지들을 엮어 벌이는 다양한 잔치가 일품이다.

내달 ‘김혜순 브릿지’서 시 낭송
“당신의 시가 우리를 각성시켜”

이번에는 문학과 미술의 만남이다. 11번째 시집 『피어라 돼지』를 출간하는 김혜순(60·사진) 시인을 불러 미술인들이 그의 시를 낭독하고 작품을 선보인다. 다음 달 3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김혜순 브릿지’다.

3일 오후 7시에는 화가와 사진가가, 10일 오후 7시에는 자유 참가자들이 시를 나눠 읽고 얘기를 나눈다.

 “김혜순 시인과 미술가들 협업은 한국 여성미술사와 민중미술사의 핵심이었어요. 1988년 열린 ‘우리 봇물을 트자’로부터 30년 가까이 그의 시와 삶은 화가와 사진가에게 큰 영감을 줬죠. 김혜순의 행적을 기리며 작업한 작품을 걸어놓은 공간에서 그의 시를 낭독하는 건 또 다른 연대의 시작이 될 겁니다.”

 박 대표는 김혜순의 시가 우리 미술인들, 특히 여성 작가들에게 여성 존재를 뛰어넘는 깊은 인식의 변화를 유도했다고 평가했다. 김혜순의 시작(詩作)은 일종의 ‘문학적 사건’이면서 ‘미술적 사건’으로 이어지는 다리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도 우리의 정신은 더 젊어지고 더 전복적이며 더 해방돼야 한다는 걸 김 시인의 시는 각성케 해주죠. 서로에게 영매(靈媒)가 되어 동행하는 삶의 동반자 같은 사이입니다. 작품에 대해 매섭게 끼어들어 가차 없이 비판하는 건 기본이죠. 지지와 지탄이랄까.”

 이번 행사에 동참하는 화가 윤석남(77)과 정정엽(54)이 구세대라면 화가 방정아(48)와 김정욱(46)은 신세대요, 김 시인의 딸 이피(35)와 철학자 도올 김용옥의 딸인 사진가 김미루(35)는 젊은 피다. 박 대표는 “김혜순의 시가 이들 모두의 나이를 잊게 한다”고 말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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