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굿닥터 베스트클리닉 소리이비인후과 이승철 대표원장 “이젠 똑똑히 들리시죠?” 청각 치료 30여 년 한우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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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승철 원장. 이 원장은 귀 치료 전문화를 이끈 1세대 의사다. 프리랜서 임성필

지금은 수술 안 해도 되니 돌아가셔도 됩니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소리이비인후과에 가면 이런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2002년 국내 최초의 귀 전문 이비인후과를 세운 이승철 대표원장의 진료 철학 중 하나가 ‘최소 진료’이어서다. 하지만 그냥 최소 진료가 아니다. 지난 30여 년간 쌓인 임상 경험과 과학화한 자료를 근거로 한 자신감이다.

이 원장은 이비인후과 전문의 사이에서 전설적인 의사로 통한다. 30여 년 전 국내 이비인후과학계는 주로 코와 목 질환 치료에만 집중돼 있었다. 귀는 미지의 영역으로 생각했다. 이 분야를 전공하겠다고 나서는 의사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원장은 달랐다. “귀는 코와 목과는 달리 별로 밝혀진 게 없어 호기심이 일었다. 특히 뇌와 연관된 부분이 많아 흥미로웠다. 내가 이 질환을 꼭 정복하리라는 결심이 섰다”고 이 원장은 말했다.

그가 잘나가는 대학병원 교수 생활을 하다 귀 전문병원을 개원한다고 할 때도 동료들은 말렸다. 환자도 많지 않을뿐더러 귀와 관련된 질환인 어지럼증, 난청, 이명에 특별한 치료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원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환자 한 명마다 증상을 귀 기울여 듣고 치료에 정성을 다했다. 사후 관리와 수술 후 재활치료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소신은 통했다. 한번 와 본 환자는 다른 환자를 추천하는 일이 꼬리를 물었고, 병원은 금방 전국구가 됐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이 원장은 치료 프로토콜의 과학화를 서둘렀다. 이 원장은 “임상 환자 기록이 대학병원만큼 많아지니 치료법과 횟수, 수술 방법에 따른 치료 효과를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어떤 환자는 아예 치료를 안 하고 두고 보는 게 더 빨리 나을 때가 있고, 반대로 어떤 환자는 초기부터 치료해야 낫는다. 증상과 케이스에 따른 치료를 과학화하고, 꼭 필요한 치료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원장은 병원 시설과 장비 확충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비인후과에서는 보기 힘든 CT는 물론, 안구·자세·평형 검사기 등 대학병원에서도 보기 힘든 고가의 검진장비를 완벽히 갖추었다. 수가가 낮아 대부분의 병원에서 잘 시행하지 않는 청각 재활치료 시설과 인력을 갖추는 데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소리이비인후과는 지금까지 1만8000례 이상의 귀 수술 및 4만2000례 이상의 청각 및 어지럼증 검사 기록, 전문특화병원 최초 인공와우시술 500례 달성 등의 성과를 이뤘다. 개원가로서는 기념비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원장은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찾아오는 귀 전문 병원이 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아직 귀 치료 분야에 후진국이 많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극심한 어지럼증 때문에 자살을 시도했던 아주머니, 자기만 들리는 이명 때문에 정신병자라는 소리를 들었던 할머니, 인공와우 수술 뒤 처음 ‘소리’를 들은 소년을 치료하고 느꼈던 보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앞으로 전 세계에서 더 많은 환자에게 새로운 소리를 찾아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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