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루푸스 원인 유전자 규명…치료제 개발 실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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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진이 난치병 자가면역질환인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이하 루푸스)’를 유발하는 원인 유전자를 찾아냈다.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새로운 약제도 발견했다.

한양대팀, 면역 DNA 변이 확인
“기존 약제 활용, 맞춤 치료 가능”

배상철(사진)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팀은 26일 면역 유전자 10개가 변이되면서 루푸스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이 2011~2015년 한국과 중국·일본의 루푸스 환자와 일반인 1만7000명을 대상으로 면역 유전자의 유전 변이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루푸스는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면역세포가 자기 몸을 외부 침입자로 잘못 알고 피부·관절·심장·폐 등을 공격하면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환자마다 나타나는 증상이 천차만별인 데다 그동안 발병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아 치료가 어려웠다.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제가 없어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를 주로 해왔다.

 최근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루푸스 환자는 2010년 1만5437명에서 2014년 2만1194명으로 5년 새 37.3%나 늘었다. 주로 15~40세 가임기의 젊은 여성층에서 발병한다.

 연구팀은 표적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도 발견해냈다.

기존에 다른 질환의 치료제로 개발된 약제 56개가 루푸스 원인 유전자의 발현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글리벡(이마티닙 성분)은 이번에 찾아낸 원인 유전자 중 하나의 작동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 교수는 “남성 성기능 장애 치료제인 비아그라(실데나필 성분)도 원래는 고혈압·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이후 예상하지 못한 약효가 확인되면서 주된 치료 대상이 바뀌었다”며 “이번에 확인한 56개 약제를 활용할 경우 조만간 개별 환자의 유전자와 증상에 맞는 표적 치료제를 개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인을 포함해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연구로, 한국인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26일 세계적 유전학 학술지인 ‘네이처 제네틱스’에 게재됐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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