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미국) 무찌르는 고슴도치(북한)…애니까지 동원해 핵 선전 나선 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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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스스로를 ‘고슴도치’에 비유하고 나섰다.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지난 17일 공개한 애니메이션 ‘고슴도치의 가시창’에서다. 11분47초 길이의 이 애니메이션에서 고슴도치는 덩치는 작지만 가시를 이용해 숲 속 강자로 군림하는 포악한 호랑이를 물리치는 캐릭터다(사진 1~3 참조). 호랑이는 미국을, 고슴도치의 가시는 핵 실험을 상징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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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사진 우리민족끼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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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사진 우리민족끼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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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사진 우리민족끼리 캡처]

북한은 지난 6일 강행한 4차 핵실험을 미국에 대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해왔다. 이번엔 애니메이션까지 동원해 핵실험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처음 언급한 ‘자강력’이란 단어도 강조했다. “고슴도치 자강의 그 힘 누가 당하랴”며 “정의를 지키자면 강력한 자강력이 있어야 한다는 심오한 세상 이치가 만화영화에 담겨져 있다”거나 “약육강식 법칙이 지배하는 오늘의 세계에서 자기를 지킬 신통한 묘방이 담긴 만화영화”라는 자막이 함께 나오는 식이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호랑이는 큰 덩치만 믿고 숲 속 동물의 평화로운 일상을 깨는 포악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다들 호랑이를 두려워하지만 고슴도치가 나서서 호랑이를 무찌른다. 덩치는 작지만 단단한 가시를 이용해 호랑이의 발바닥이나 코를 기습공격해 호랑이를 숲 밖으로 쫓아낸다.

결말 부분에 호랑이는 고슴도치에게 “한 번만 살려주십쇼”라고 존대를 하며 싹싹 비는 굴욕적 모습으로 등장한다. “뽀족뽀족(뾰족뾰족) 날이 선 고슴도치의 가시창에 호랑이는 혼이 쑥 빠져버리고 말았다네”는 자막이 나온 후, 애니메이션은 의기양양하게 웃는 고슴도치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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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사진 우리민족끼리 캡처]

북한은 90년대 말부터 방영한 어린이용 만화영화 다부작 시리즈 ‘다람이와 고슴도치’에서도 자신들을 선한 고슴도치에 비유했었다(사진 4 참조). 몸집은 작아도 미국과 같은 세계 강대국과 상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 녹아든 캐릭터가 고슴도치인 셈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 애니메이션에서 고슴도치라는 캐릭터는 작지만 강한 존재로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상징”이라며 “이번 ‘고슴도치의 가시창’은 핵실험을 통해 미국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더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북한 '우리민족끼리' 유튜브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사진 우리민족끼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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