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대출 ‘6000만원 상한’ 깨고, 행복주택 곳곳에 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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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이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집 장만 등 결혼비용이다. 본지가 지난달 20~39세 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결혼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직장 문제(30.1%) 다음으로 집 장만 등 결혼비용(27.6%)을 손꼽았다.

전문가들 “늦기 전에 특단 대책을”
대졸 초임이 3000만원 넘는데
맞벌이는 사실상 대출 힘들어
‘저소득 → 저출산’ 주거정책 전환을
출산·양육시설 갖춘 단지 늘리고
부족한 재원, 국민연금 이용 필요

 하지만 지금껏 정부의 주거 지원 정책의 기조는 저소득층 가구가 집을 가질 수 있도록 대출금을 지원하거나 값싼 주택을 공급하는 데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선 주거 지원 정책의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기획계획과 교수는 ‘출산을 위한 맞춤형 주거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 “막연하게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지원은 있었지만 저출산에 특화된 주거 지원은 없었다”며 “아이 출산과 양육에 우호적인 주거 단지를 지역별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값싼 주택을 공급·지원하는 게 아니라 산부인과나 국공립 어린이집 등 출산·양육·교육 등 환경이 조성된 단지를 고르게 구성하자는 말이다.

조 교수는 “경기도 쪽에 행복주택을 늘린다고 하는데 출퇴근 거리 때문에 이용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저출산 극복을 백년대계로 보고 맞춤형 주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29일 새누리당 저출산대책특별위원회에서 이주영 의원은 “ 소규모라 할지라도 지방 구석구석에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이 들어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국토교통부가 적극 검토해 보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이에 대해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을 이용하자”고 제안한다. 김 교수는 “2015~2019년 국민연금 지출을 빼고 연금 보험료로 들어오는 수입이 연평균 39조원 정도 된다. 이 중 5조원씩 10년간 투자해 공공임대주택 및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 등에 투입해도 금방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에 입주하려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월 소득 553만원(평균 소득의 120%) 이하여야 한다. 버팀목 대출은 부부 합산 소득이 연 6000만원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신혼부부의 37.2%가 맞벌이를 하고, 지난해 대졸자 초임이 349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기준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은 “현재 주거 정책은 저소득층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일종의 복지 정책”이라며 “출산장려를 위해 소득 기준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이번 정부의 정책은 저출산 정책과 부동산 정책이 따로 갔다”고 지적했다. 결혼·출산을 장려하려면 전셋값을 낮추는 등 부동산 부담을 줄여야 하는데 부동산 소유주 중심으로 정책을 펴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당장 2년 후에 전세금이 오를지 몰라 불안한데 누가 애를 낳겠느냐”며 “정부가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수도권)으로 늘렸는데 부동산 시장은 그대로 두고 시장에 들어갈 여건만 조금 좋게 해줘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부동산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이에스더·김민상·서유진·황수연· 정종훈·노진호 기자, 김준승(동국대 신문방송4)·서혜미(세명대 저널리즘2) 인턴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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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취재=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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