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출] 차기 교황, 신만이 안다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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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교황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수십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오죽하면 신만이 결과를 안다는 말이 회자될까. 영국의 BBC방송은 이와 관련, 교황이 되기 위한 조건을 정리해 17일 보도했다.

우선 남자여야 한다. 남녀 평등 세상이 됐지만 가톨릭 교회는 아직 예외다. 사제는 남자만이 된다는 규정이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남녀 평등에 목을 맨 여성계가 왜 이를 그대로 두고 보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나이도 60대 중반에서 70대 초반 사이여야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교황 나이가 그랬다. 80세가 넘은 추기경은 아예 피선거권에서 멀리 있다.

건강은 모든 직위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는 교황직에도 적용된다. 교황은 격무에 시달린다.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강력한 체력이 아니면 중도하차할 수밖에 없다. 요한 바오로 1세는 즉위한 지 33일 만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선출 과정에서 건강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가늠케 하는 실례다.

국적도 영향을 받는다. 바티칸은 중립적 성향의 국가 출신 교황을 원한다. 물론 공개적으로 특정 국가 출신을 배제하진 않지만 내부적으로 묵시적 합의가 이뤄진다. 초강대국 미국 출신 추기경이 교황이 될 확률이 극히 낮은 이유도 중립 국가를 선호하는 추기경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다.

풍부한 경험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 때문에 대도시의 대주교 이상을 지낸 추기경이 유리하다. 지도력과 행정능력을 공인받았다고 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다 국제 정치무대에서 다른 국가 정상들과 교류할 수 있는 외교력도 고려된다. 교황청 장관 이상의 경력을 가진 추기경이 유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카리스마와 언론 친화력도 무시할 수 없다. 11억 신도를 가진 가톨릭 교회의 수장으로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춰야 한다. 성자에 가까운 품위와 가톨릭 신도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인류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온화한 매력도 갖고 있어야 한다. 세계를 여행하며 가톨릭을 홍보하는 교황은 언제나 미디어의 관심 대상이다. 이 때문에 언론을 대하는 기량이 있어야 한다.

외국어 구사능력은 갈수록 중요하다. 완벽한 이탈리아어는 기본이다. 교황청 문서가 이탈리아어로 돼 있고 바티칸 자체가 이탈리아 영토 내에 있기 때문이다. 바티칸 관련 업무 역시 이탈리아어로 지시한다. 영어 역시 잘해야 한다. 세계를 상대로 외교를 해야 하는 교황은 국제 공통언어인 영어를 몰라서는 곤란하다. 세계 교회를 지도하기 위해서는 가톨릭 신자가 많은 프랑스와 스페인의 언어에도 능통해야 한다.

이 밖에 빈부 격차 등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도 커야 한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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