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중앙지검장의 위험천만한 공개 판결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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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무죄 판결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일선 지검장이 법원 판결에 대해 장외 항의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는 이 지검장의 비판이 형식과 내용 모두 부적절하다고 본다.

 이 지검장은 그제 기자간담회를 갖고 “(법원이) 무리한 기소이고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공중으로 날아간 천문학적 규모의 세금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 8일 법원이 해외 자원개발업체 부실 인수로 석유공사에 5500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로 구속 기소된 강 전 사장에 대해 무죄 판결을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물론 이번 판결이 옳은지를 놓고 시비가 이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1심 판단처럼 ‘투자 판단 과정에서의 단순 과오’인지, 검찰 기소대로 ‘사적인 동기로, 검증절차도 없이, 손해발생을 인식하고도 이뤄진 불법’인지는 항소심에서 다시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판결에 문제가 있다면 항소를 통해 법정에서 다투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이다. 검찰이 피고인도, 변호인도 없는 공개 석상에서 최소한의 방어권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입장 발표를 하는 것은 ‘정당한 법 절차(due process of law)’ 원칙에 맞지 않는다. 특히 국내 최대 검찰청 지검장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법원 판결을 비판한다면 재판에 대한 압박을 넘어 3권 분립을 흔드는 월권으로 볼 소지도 있다.

 더욱이 그 배경을 놓고 여러 가지 추측이 불거지고 있다. 법원의 엄격한 배임죄 판단 기류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거나 전 정권(이명박 정부) 의혹에 대한 부실 수사의 책임을 법원에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의 부정부패 척결 천명과 관련지어 ‘청와대를 향한 보여주기’라는 시각도 있다. 그 어느 것이든 온당한 처사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검찰 수뇌부는 느닷없는 장외 공방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사법의 한 축인 검찰 조직의 입지도 좁히는 일이다. 검찰의 권한은 조사실과 법정 안에 머물 때 빛을 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