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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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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번에 타결된 협상안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과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는 문구이다. 그동안 유엔인권위원회, 국제노동기구 등 국제기구뿐 아니라 미국·유럽연합·네덜란드·캐나다 의회 등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법적 배상, 가해자 처벌 등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정대협 등 관련 단체의 적극적 노력 덕분이다. 그런데 일본이 국제사회의 위신 추락을 알면서도 반성하지 않는 까닭은 피해자들이 고령이기 때문이다. 자국 역사교과서를 바꾸고 망언을 일삼으면서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역사를 지울 시간이다. 그러나 2011년 1000차 수요집회를 기념해 ‘평화의 소녀상’이 등장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소녀상은 사람들의 기억을 소환해 역사를 현재로 재현한다. 일본이 수요집회의 할머니들보다 소녀상을 더 껄끄러워하는 이유다. 참고로 일본군 ‘위안부’ 등의 표현을 쓸 때 ‘위안부’ 앞뒤에는 작은따옴표를 써야 한다. 위안부는 일본에 의해 강요된 성 착취와 피해자의 고통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