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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동안 '수포자' 벗어나기…기출문제보다 개념서 한 권에 집중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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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많은 학생이 수학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지난해 5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전국 초·중·고 학생 77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초등학생의 36.5%, 중학생의 46.2%, 고등학생의 59.7%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라고 답했다. 고등학생 절반 이상이 수학 과목을 포기한 셈이다. 하지만 수학 과목을 포기하면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폭이 좁아진다. 또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 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수학 과목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미리부터 겁먹고 포기해서 그렇지 수학은 조금만 노력하면 점수를 올릴 여지가 많은 과목이다. 2017학년도 수능부터 적용되는 개정 수학 내용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성적대별로 수학 점수 올릴 방법을 알아봤다.

수포자는 기초 개념 익히는 데 집중해야
"문제집 여러 권보다 한 권 4~5번 반복"
상·중위권은 기출문제 중심 개념 응용

‘순열과 조합’ 분야 비중 늘어난다

2017학년도 수능 수학 과목은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첫해다. 수학 가형(자연계열)은 한 과목 줄고, 수학 나형(인문계열)은 한 과목 늘었다. 얼핏 보면 공부할 양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단원 간의 연계성이 높아 학생들이 체감하는 학습량은 결코 적지 않다.

수학 가형(자연계열)은 4과목 16개 단원에서 3과목 10개 단원으로 줄었다. 출제 과목은 ‘미적분II’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다. 보통 학교에서 고1 때 배우는 ‘미적분I’은 직접적으로 수능에 출제되지는 않지만, ‘미적분II’가 수능 범위에 포함되면서 과목별 연계가 높아졌다. 신승범 이투스 수학강사는 “미적분I에 나오는 도함수의 개념, 평균값 정리, 정적분의 정의 등의 개념을 확실히 이해한 후 미적분II에 적용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벡터 단원의 출제 문항 수 증가에도 대비해야 한다. 벡터는 자연계열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단원이다. 문항 수 증가는 전체 난도를 높일 수 있다. 신 강사는 “‘기하와 벡터’ 단원 중 ‘이차곡선’에서 3문항, ‘평면벡터’에서 3문항, ‘공간도형과 공간벡터’에서 4문항 정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에는 ‘벡터의 내적’ 개념이 단골로 출제됐지만, 문항 수가 증가하면서 벡터의 덧셈, 뺄셈, 실수배 등이 골고루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학 나형(인문계열)은 2016학년도에는 2과목 9개 단원에서 문제가 나왔지만 2017학년도부터는 ‘수학II’ ‘미적분I’ ‘확률과 통계’의 3과목 11개 단원에서 출제된다. 수학II에서는 ‘행렬’ 단원을 삭제하는 대신에 ‘집합과 명제’ 단원이 포함됐다. 수학II가 실질적으로 수능 범위에 포함되면서, 고1 때 배우는 수학의 중요성이 커졌다. 우형철(삽자루) 스카이에듀 수학강사는 “새롭게 포함된 집합과 명제, 함수 단원은 기출문제가 거의 없으므로 교과서에 나온 개념을 확실히 익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확률과 통계’는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에서 공통으로 출제되는 단원이다. 인문계열의 경우 2012~2016학년도 수능까지 ‘순열과 조합’이 독립된 단원이 아니라 ‘확률’의 하위 단원이었다. 보통 ‘중복조합’만 익히면 돼 문제 해결 과정이 명확했지만, 앞으로는 ‘합의 법칙과 곱의 법칙’ ‘순열’ ‘조합’은 물론, ‘원순열’ ‘중복순열’ 등도 포함됐다. 문항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양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신 강사는 “순열과 조합은 인문계열 학생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단원”이라며 “기출문제를 풀면서 개념을 이해하고, 해설지를 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감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학 잘 활용하면 5등급→3등급 가능

학습전략은 성적대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평소에 1~2등급을 받는 상위권 학생들은 개념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돼 있고, 보통 이상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겨울방학 동안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개념을 정리하는 게 좋다.

3~4등급을 받는 중위권 학생들은 겨울방학 동안 기본 개념을 완성해야 한다. 교재 하나를 정해 풀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개념이 뭔지 파악하고, 어려운 3점, 쉬운 4점짜리의 기출문제를 해결하면서 개념이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기출문제를 풀 때도 전략이 필요하다. 1993년에 처음 수능시험이 치러진 후 23년 동안 교육과정이 5번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창영 휘문고 수학교사는 “인문계열 기준으로 1998학년도 수능은 12문제, 2004학년도 수능은 18문제, 2015학년도 수능은 6문제가 이제는 출제 불가능한 내용”이라며 “기출문제를 풀 때 2017학년도에도 출제 가능성이 있는 내용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계열 고3 학생이 ‘미적분I’ 단원 문제를 푸는 건 시간 낭비라는 의미다.

문제는 5등급 이하 하위권 학생들이다. 수학에 대한 기초 개념이 부족해 아예 수학 공부를 손 놓고 있는 수포자가 많다. 우 강사는 “겨울방학 동안에 자신감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겨울방학만 알차게 보내도 3등급으로 성적을 향상시키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학생들은 기출문제보다 개념서 하나를 정해 기초 개념을 익히는 데 시간을 쏟아야 한다. 수학에서 중위권 점수를 받다가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1학년 이영주씨는 “보통 수포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문제집만’ 열심히 풀고, ‘아는 개념만’ 반복해 공부하는 것”이라며 “모르는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해답지를 보고 이해한 후 복습하지 않으면 실력은 절대 향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문제집 한 권을 골라 겨울방학 동안에 4~5번 반복해 푸는 방법을 추천했다. 기본 개념을 쌓을 수 있고 문제 유형도 파악할 수 있어서다.

또 단원별로 유형을 익히는 훈련도 필요하다. 수포자들은 단원별로 공부할 때는 어렵지 않게 문제를 해결하다가 수능처럼 여러 단원에서 복합적으로 출제되면 어떤 개념을 어떻게 적용시켜 풀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 교사는 “기초 개념이 아무리 튼튼해도 다양한 문제를 접하지 않고, 틀린 문제의 개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기는 어렵다”며 “3~4점짜리 문제를 맞힐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문제를 접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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