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천 학대 A양' 급히 병원 옮겨…과잉보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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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자 A양(11)이 지난 24일 갑작스럽게 병원을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집중 치료를 위해 병원을 옮길 예정이었지만 이처럼 갑자기 옮긴 배경에는 일부 언론의 과열 취재도 한몫 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 등에 따르면 A양은 24일 오후 7시30분쯤 치료받던 연수구의 종합병원을 떠나 남동구의 한 대형병원에 입원했다. A양은 현재 이 병원 어린이병동에서 소아청소년과·정신과 의사로 구성된 특별진료팀의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A양이 입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이의 상태 등에 대해선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A양이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전할 만한 병원을 수소문하고 있었다. 그러나 24일 전격적으로 병원을 옮겼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에도 미리 통보하지 못했을 정도다. 현재 A양이 입원하고 있는 대형병원 측도 구급차가 도착하기 직전 'A양이 탑승했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을 옮긴 이유는 일부 방송사가 예고 없이 병실을 취재하는 등 과열 취재 경쟁도 작용한 것으로 경찰 등이 전했다. A양이 연수구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많은 언론이 병원 앞에서 머물며 A양의 상태를 살폈다. 밀려드는 취재 요청으로 해당 병원은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지난 24일 "경찰이 A양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토끼 인형을 선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몇몇 방송 매체는 "인형을 찍겠다"며 병실 앞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또 일부 방송 취재진은 열린 병실문 틈으로 카메라를 들이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을 직접 돌보던 아동복지단체 관계자들이 "문을 열기가 무섭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A양도 TV 채널을 수시로 바꾸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A양이 자신이나 가족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뉴스를 보기 위해 TV 채널을 계속 바꾸는 것 같다"며 "아이의 인지 능력 등이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이라 학대받던 시절의 영상이나 기억은 치료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앞서 교육부도 지난 24일 공문을 보내 "해당 아동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아이의 신분이 드러날 수 있는 정보나 과도한 묘사 등은 보도되지 않게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한편 A양의 할머니는 24일 A양의 큰아버지와 경찰서를 찾아가 "손녀를 직접 양육하겠다. 만나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의 심리상태 등을 고려할 때 섣불리 인계할 수 없다"며 면담을 허가하지 않았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현재 아이 앞으로 들어온 후원금도 상당한데다 혹시 친족들이 관련 재판을 유리하게 몰고 가기 위해 A양을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친할머니와 큰아버지가 A양의 유일한 혈육인 것은 맞지만 A양을 학대한 아버지 쪽 가족인 만큼 여러 가지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A양 아버지에 대한 친권이 상실되기 전까지 A양을 친족에게 맡기기보다는 후견인을 내세워 돌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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