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 급한데 … 수비형 경제 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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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은 돌파형보다는 수비형이었다. 3기 경제팀의 수장으로 택한 유일호(60·사진)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역 재선 의원(송파을)이다.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도 지냈다. 유치송 민주한국당 총재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는 애초 학자로 출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세연구원을 거친 재정 전문가다. 국토부 장관 시절엔 자기 색깔을 내기보다 최경환 부총리의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충실히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청와대엔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는 안종범 경제수석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 후보자와 안 수석은 과거 조세연구원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소신 강한 공격수보다 안정적인 관리형을 기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 후보자는 개각 발표 직후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유 후보자는 풍부한 식견과 정무적 역량을 바탕으로 4대 개혁(금융·노동·공공·교육)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갈 분”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를 위해 현역 의원을 지명했다는 얘기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후보자 “최경환 경제정책 유지”
법안처리 위해 의원 지명 … 안종범과는 한때 한솥밥
장관 사임 두 달 만에 재기용 … 야당 “재활용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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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유 후보자 앞에 놓인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 인상에 나섰다. 반면 유럽·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의 기어를 올렸다. 여기다 가계부채는 1200조원을 넘었다. 좀비기업 정리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겹겹 난관을 뚫자면 선명한 개혁 의지와 돌파력을 가진 수장이 절실하다. 그러나 그는 총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표를 냈다가 두 달 만에 정부로 되돌아왔다. 출발부터 개혁 이미지엔 상처를 입은 셈이다. 야당은 “전문성 없는 재활용 인사”라고 공격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위기를 강조해 온 대통령이 정작 구조개혁을 밀어붙여야 할 시기에 관리형 수장을 택한 건 아쉽다”고 말했다.

 내년과 내후년엔 연달아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 국면이 이어진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선심성 공약이 난무할 공산이 크다. 내년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사상 처음 4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3기 경제팀이 이를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윤경제연구소장)은 “두 차례 선거를 앞두고 당으로부터 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텐데 여기에 휘둘리지 말고 구조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원배·조현숙 기자, 김경희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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