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와 결혼했다 … 삼성 개발분야 첫 여성 부사장 김유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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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개발 인력 가운데 첫 여성 부사장에 오른 김유미 삼성SDI 전무. [사진 삼성SDI]

삼성그룹은 4일 부사장 29명, 전무 68명, 상무 197명 등 총 294명 규모의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247명)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지난해보다는 16.7%, 최전성기였던 2013년보다는 39.3%나 수가 줄었다. 안정에 초점을 맞춘 지난 1일 사장단 인사와 달리 이번 임원 인사는 부진한 실적에 대한 책임을 따지는 ‘성과주의’가 반영됐다. 하지만 승진 연한을 뛰어넘는 발탁 인사 기조는 그대로 이어졌다. 발군의 역량을 발휘한 인재에게 기회를 제공해 조직에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뜻이다.

임원 294명 승진, 7년 새 최저
철저한 성과주의와 발탁인사
외국인 4명, 여성 9명 ‘별’ 달아

 올해 발탁 승진자는 총 44명. 이 가운데 기한을 2년 이상 단축해 승진한 대(大) 발탁 승진자는 7명이다. 삼성전자 김학래(53)·심상필(50) 상무, 배광진(47)·김강태(43)·김후성(43) 부장 등 갤럭시S6와 반도체 개발 주역이 주인공이다. 삼성생명 정연재(46), 삼성물산 김정욱(44) 부장 등 현장을 누비며 성과를 낸 ‘영업통’에게도 2년 앞서 ‘별’을 달아줬다.

 올해 승진한 여성 인력은 총 9명이다. 특히 삼성SDI 김유미(57) 전무는 개발 분야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 됐다. 국내 최고의 전지개발 전문가 중 한 명인 그는 뛰어난 업무추진력과 일에 대한 열정으로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로 불린다. 그는 “쓸데 없는 곳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기 위해 화장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국적을 따지지 않고 핵심 인재를 중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미국법인 상품전략담당 저스틴 데니슨 VP, 미국 반도체 판매법인 영업담당 케빈 몰튼 VP 등 성과를 낸 외국인 직원 4명도 임원 자리에 올렸다.

 삼성은 다음주부터 주요 계열사별로 조직개편과 보직 인사를 확정한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전략1팀과 2팀을 통합하는 식으로 축소되고 이건희 회장의 와병기간이 길어지면서 역할이 줄어든 이 회장의 비서팀은 인사팀으로 통합된다.

 삼성은 노승만(56) 삼성전자 부사장을 삼성물산으로 이동시키는 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과 주요 계열사 홍보라인 임원을 전환배치해 조직개편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손해용·김현예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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