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갑 찬 채 달아났다 잡힌 송민철, 오일 발라 수갑 빼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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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도주했다 붙잡힌 송민철(37)씨는 오일을 이용해 손목에서 수갑을 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 번개탄을 구입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29일 인천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송씨는 지난 18일 오후 6시40분쯤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받은 혐의(공갈)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던 중 맨발에 수갑을 찬 채로 1m 높이의 경찰서 담을 넘어 달아났다. 이후 아내와 지인 등에게 연락해 도피자금 700여만원을 챙겼다.

조사 결과 송씨는 양손에 채워진 수갑 중 헐겁게 채워진 왼쪽 수갑을 도주 직후 손목에서 빼냈다. 다음날인 19일엔 인근 편의점에서 오일을 사서 나머지 수갑도 빼냈다.

송씨는 이후 서울과 수원·부천 등의 여관과 찜질방을 돌며 생활해왔다. 그러나 택시비 등으로 지출이 커지자 지난 24일 서울에서 270만원을 주고 대포차량을 구입해 차 안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차를 몰고 여기저기를 떠돌기도 했다.

그는 지난 28일 오전 차를 타고 대전으로 이동한 뒤 한 여관에 투숙해 잠을 자다 경찰에 붙잡혔다.

송씨는 자신이 도주한 뒤 가족들이 경찰서를 오가는 등 고초를 당하자 죄책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려고 번개탄을 구입해 차량에 싣고 다니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앞서 경찰은 송씨의 아내와 아내의 여자후배 등 2명을 범인도피 및 도피교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절도 등 전과 13범인 송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에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서 교도소에 다시 들어가면 죽을 것 같아 도망쳤다"며 "도주하는 동안 가족이 경찰 조사를 받는 등 힘들어한다는 말에 너무 괴로웠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도주 및 공갈 등 혐의로 송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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