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법원, 비수술 트랜스젠더 남성에 현역병 입영처분 ‘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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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수술을 받지 않았지만 성주체성 장애를 겪고 있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현역병 입영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조한창)는 27일 이모씨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현역병 입영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씨는 2011년 징병신체검사 결과 3급 판정을 받은 뒤 같은 해 성정체성 장애를 이유로 병역처분 변경원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듬해 병무청은 재신검 결과, 이씨에게 다시 현역병 입영 처분을 내렸다. 이씨는 2012년 10월 입영했지만 인격장애 및 행태장애로 7급 판정을 받고 귀가조치됐다.

1년 반이 지난 2014년 3월 이씨는 재신검을 받았지만 또 3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로도 한 차례 더 검사를 받았으나 끝내 현역병 입영대상자 병역처분을 받았다.

결국 이씨는 “어릴 때부터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껴왔고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며 “현역병 입영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이씨는 2010년 무렵부터 여러 병원에서 성 정체성 장애 진단을 받은 후 지속적으로 상담치료ㆍ호르몬치료 등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법원 감정을 실시하는 등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해 “병무청의 현역병 입영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4년간 계속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는데 단지 병역의무를 면하기 위해 상당한 기간 정신과의사를 속이며 치료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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