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앞두고 어린이 공연 잇따라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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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토끼야, 따라가면 안돼!"

가족 연극 '용궁에 간 토끼'가 공연 중인 21일 낮 서울 전쟁기념관 문화극장. 토끼가 자라의 꾐에 이끌려 용궁으로 향하자 객석에선 아이들이 하나둘 소리를 지른다.

공연 중엔 조용히해야한다는 매너도 이들에겐 통하지 않는다. 어린이들은 토끼가 됐다가 용궁 할아버지가 되는 등 이미 극에 몰입된 상태다. 토끼가 잡혀가자 눈물을 글썽인 준서(7), 극장을 나오며 엄마에게 묻는 질문. "근데 왜 토끼가 잡혀갔어?"

아이가 극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굳이 논리를 따지지 못하더라도 풍부한 감성 한보따리를 가슴에 품고 가니 말이다.

학기 중에 이리저리 학원 다니랴 바쁜 아이들에게 방학은 맘놓고 공연을 볼 수 있는 좋은 시즌이다. 때맞춰 아이들과 손잡고 갈만한 공연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뮤지컬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J M 바스콘셀로스 원작을 무대로 올린 작품. 월세를 못내 작은 집으로 이사온 제제는 집 뜰에 있는 라임오렌지 나무와 얘기를 나눈다. 제제는 이웃인 포르투카와 친구가 되지만 포르투카가 차 사고로 죽자 시름시름 앓는다. 라임 오렌지나무는 어느새 성장해 꽃을 피우며 제제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한다. 박화요비.김형일.김법래 등이 출연한다. 27일부터 7월 29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 2만5천~5만원. 02-518-2687.

어린이극 전문극단인 사다리는 기존 인기 레퍼토리인 '모자와 신발'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주인공인 '생각하는 모자'는 도시로 떠난 '짝짝이 신발'을 찾아 먼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에 우체부 아저씨.사탕 할머니 등을 만나며 겪은 모험을 그렸다. 이 작품엔 많은 사물들이 등장하는데, 배우들은 바람이 됐다가 문이 됐다가 거울이 되는 등 자유롭게 물건들을 표현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준다. 7월 20일까지 동영아트홀. 1만원. 02-382-5477.

마당놀이 전문극단인 극단 미추가 키플링의 소설 '정글북'을 새롭게 구성해 뮤지컬로 내놓았다. 정글에서 길을 잃고 늑대 가족 속에서 자란 소년 민둥이(소설 속 모글리)의 모험을 그렸다. 유치원생들이 관람하는 낮 단체 공연의 경우엔 요청하면 축소한 극을 볼 수도 있다. 6일까지 예술의전당. 일반 3만원, 어린이 1만5천원, 4인가족 패밀리 티켓은 5만원. 02-747-5161.

창작 뮤지컬 '둘리'가 답답한 극장을 벗어나 빅탑씨어터(텐트 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7월과 8월에 걸쳐 수도권 지역인 분당과 일산에서 공연을 시작해 부산 등 지방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 '둘리'의 이야기를 토대로 둘리의 우주여행을 그렸다.

대형 가시고기가 우주를 유영하고, 빙하기가 닥쳐 둘리가 얼음 속에 갖히는 등 기상천외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분당은 7월 25일부터 8월 10일까지, 일산은 8월21일부터 9월7일까지다. 3만~5만원. 02-417-6272.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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