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오바마·리커창 면전서 “남중국해 평화 증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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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갈라만찬에 참석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하고 있다. 만찬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보고받은 박 대통령은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오늘(23일) 새벽 귀국한 뒤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쿠알라룸푸르=박종근 기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 “모든 관련 당사국들은 남중국해 행동선언(DOC)의 문안과 정신, 그리고 비군사화 공약들을 준수함으로써 남중국해의 평화·안정 증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분쟁 당사국인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소속 11개 정상들은 2002년 남중국해 분쟁을 평화적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담은 DOC를 발표했다.

확립된 국제규범으로 해결 촉구
미·중은 기존 입장 내세우며 충돌
“반인륜적 테러 규탄” 성명도 채택

 박 대통령은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0차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남중국해는 전 세계 에너지 교역량의 3분의 1 이상이 통과하는 주요 해상교통로”라며 “한국도 원유 수입량의 90%, 수출입 물동량의 30% 이상이 이 항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은 한국에도 이해관계가 큰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간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분쟁은 관련 합의와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함을 강조해 온 바 있다”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국제적으로 확립된 국제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우리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며 충돌했다고 한다. EAS에는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등 18개 회원국 정상이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공조해 남중국해 영유권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행보를 비판했고, 리커창 총리는 분쟁 당사국 간 해결 원칙 등 기존 입장을 내세우며 반박했다. 대다수 정상은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며,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EAS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말레이시아가 공동 제안한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에 관한 성명’도 채택했다. 성명은 “바마코·파리·베이루트·앙카라 등에서 자행된, 그리고 시나이에서 발생한 러시아 항공기에 대한 극악무도하고 반인륜적인 테러 공격을 규탄하며, 테러리즘과 폭력적 극단주의에 함께 확고히 대응할 것”이란 내용을 담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 공동체 출범 서명식을 참관하기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청와대 관계자는 “EAS에선 반 총장이 첫 번째로 발언을 하고 바로 나가 두 분이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중·일 3개국과 아세안 10개국, 호주·뉴질랜드·인도 등 16개국 정상들은 이날 공동선언문을 통해 중국이 주도하는 대규모 자유무역협정(메가-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타결을 2016년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당초 2015년 타결에서 1년 미뤄졌다.

쿠알라룸푸르=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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