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도 청약도 주춤 … 부동산 숨고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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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잘나가던 신규 분양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12일 청약 1순위 접수를 받은 경기도 고양 삼송지구 원흥역 푸르지오 아파트는 모집 가구 수(690가구)를 다 채우지 못했다. 이달 초 청약을 받은 김포 한강신도시 아이파크 아파트는 순위 내에서 미달했다.

공급 과잉 우려에 관망세
거래량, 가격 상승폭 둔화
“일시 소강, 연말 뛸 것” 시각도
공급 부족 서울은 계속 강세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수도권에서 청약 접수를 받은 14개 단지 중 청약 1순위에서 마감한 단지는 2개뿐이다. 지난달엔 수도권 25개 단지 중 12곳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분양마케팅회사인 내외주건의 정연식 부사장은 “사업성이 뛰어난 인기 단지는 대부분 소진된 데다 공급 과잉 논란이 일면서 청약 열기가 식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장원석 앰게이츠(분양마케팅업체) 대표는 “앞으로는 유망한 곳에만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 가격 상승세도 둔화하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9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주 대비 0.11% 상승했다. 2주 전(0.13%)과 지난주(0.14%)와 비교하면 상승 폭이 둔화했다.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도 1년 전보다 2.8% 감소했고, 전·월세 거래량도 전년 동월보다 6.8% 줄었다. 그동안 주택 가격 상승 폭이 컸던 데다 공급 과잉 우려로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다는 게 한국감정원의 분석이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부장은 “아파트만 놓고 본다면 매수자가 이제는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탄 사람이 많아 이런 수요도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매나 전·월세 시장이 주춤한 것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노원구 을지공인 서재필 대표는 “올해는 예전과 다르게 비수기인 여름부터 매매가 활발히 이뤄져 지금은 소강 상태를 보이는 것”이라며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연말 이후엔 다시 집값 상승 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론 거래량이나 가격 상승 폭이 둔화하는 양상이지만 서울의 경우는 강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이달 둘째 주 서울의 전셋값 상승률은 0.31%로 전국 평균(0.16%)의 두 배 정도였다. 매매 가격 상승률 역시 전국 평균(0.11%)보다 높은 0.18%를 기록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면적 41㎡는 이달 들어서만 2000만원이 올라 8억원을 호가(부르는 값)한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최근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분양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투자 문의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이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올해와 내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2만 가구 초반이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며 “서울은 내년에도 전세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 가격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강남권 재건축이 본격화하면 이주 수요가 늘면서 서울의 전세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과 중산층용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입주 물량을 늘리기는 어렵다.

 남은 변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와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이자만 갚는 대출을 줄이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균등상환 대출로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분양주택에 나가는 아파트 집단대출도 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대출을 조인다면 부동산을 사려는 수요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행복한부동산센터장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한국은행이 바로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금리보다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어느 정도까지 실행되느냐가 내년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큰 변수”라고 말했다.

세종=김원배·김민상 기자, 황정일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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