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약품이 창조혁신이자 제2의 삼성전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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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미약품이 기존 하루이던 약효를 최장 한 달까지 늘린 혁신적인 당뇨병 치료제 기술을 수출했다.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로부터 계약금과 기술료를 합쳐 최대 5조원을 받게 됐다. 이 회사는 지난 3월과 7월에도 항암제 후보물질 등을 수출한 바 있다. 한 우물을 파는 기업가 정신과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일궈낸 성과다.

 신약 개발은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투자다. 성공하면 특허를 통해 독점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실패율이 매우 높고 평균 개발기간이 15년에 이른다. 한미약품도 15년 전부터 9000억원을 신약 개발에 투자하다 2010년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회사 임성기 회장은 “투자를 줄이자”는 내부 의견과 반대로 투자를 확대했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오너십 경영’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 셈이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엔 이런 회사가 드물다. 국내 제약업체의 매출에서 R&D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47%에 불과하다. 미국(27.3%), 일본(18.8%), 독일(12.8%)보다 매우 낮다. 국내 제약회사 500개 중 세계 100위권에 드는 곳이 하나도 없다. 대부분 특허가 끝난 외국 회사의 약을 복제해 팔거나 기능성 음료로 돈을 벌면서 내수시장에 안주해왔다.

 한미약품도 이런 회사 중 하나였지만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로 복제약 영업이 벽에 부닥치자 신약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시장이 작고 규제가 많은 국내 시장 대신 세계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자본과 기술은 ‘선택과 집중’으로 극복했다. 신약 개발을 통해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려는 제약사의 노력이 더 활발해져야 하는 이유다.

 당국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 건강’을 핑계로 제약산업을 규제하려고만 해선 안 된다.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 약값을 후려치는 관행도 버려야 한다. 규제는 과감히 풀되 정부 간섭이 따라붙는 인위적인 지원도 금물이다. 반도체의 세 배에 이르는 세계 제약시장은 포기하기엔 덩치가 너무 크다. 이제 토종기업도 글로벌 제약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한미약품이야말로 창조혁신의 아이콘이자 제2의 삼성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