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노인이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준비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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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도시·농촌 할 것 없이 부양해야 할 고령자만 넘치고 일할 수 있는 젊은이는 찾기 어려운 노인사회가 눈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중앙일보 ‘코앞에 온 실버코리아’ 기획기사(5, 6, 9일자)는 그 실태를 생생하게 전하면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2015년 현재 전체의 13.1%에 이르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40년에는 32.4%가 될 것이라는 통계청의 예측부터 충격적이다. 인구에서 노인이 30%를 넘는 ‘극(極)고령화 사회’ 진입은 이제 시간문제다.

 노인인구 폭증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경제·사회적인 부담의 증가다. 생산 가능인구(15~64세)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고령자가 1970년 5명에서 올해 15명으로 늘었다. 지난 45년간 세 배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25년 뒤인 2040년에는 지금의 3.8배인 57명까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 세대가 노인인구의 하중에 짓눌려 신음할 수밖에 없다. 2006년 52.3%였던 노인빈곤율이 지난해 62.5%에 이르러 노년층의 자살과 범죄가 새로운 사회문제가 된 게 현실이다. 머지않아 노인들마저 숨을 거두면 농촌마을이 아예 사라져 버리는 등 사회·경제적 기반의 붕괴도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도시·농촌 할 것 없이 대한민국 전역에서 젊음과 활기가 사라지고 경제가 침체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늘어나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이러한 충격적인 시나리오를 현실로 받아들여 극고령화 충격을 슬기롭게 완화할 방안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노인 빈곤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 고령자 복지 정책을 정부 미래계획의 핵심으로 삼으면서 장기적인 대처 방안을 하나하나 마련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극고령화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노인 일자리 창출과 재취업 기회 확대일 것이다. 노인들에게 활동 기회를 제대로 마련해줘야 취업·주거·경제 문제 등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와의 갈등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노인들이 협동조합이나 소규모 기업 등을 만들어 자립하거나 중소기업에서 합당한 일거리를 찾고 있는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거나 우리 실정에 맞는 바람직한 노인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일하고 싶은 노인들에게 알맞은 일거리를 연결해주는 실버 고용 네트워킹 준비부터 나서야 한다.

 정부뿐 아니라 시민사회도 노인의 사회활동을 늘리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노인은 단순한 부양의 대상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활동과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노령화 때문에 우리 사회는 세대전쟁이 벌어질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한정된 자원과 정치·사회적 주도권을 둘러싼 세대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민사회의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