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민이 이해 못하는 ‘I.SEOUL.U’ 왜 고집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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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시가 지난달 28일 새 브랜드로 발표한 ‘아이서울유(I.SEOUL.U)’를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나타난 시민 반응은 ‘무슨 뜻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가 대세를 이룬다. 영어로 만든 것인데도 정작 외국인들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문법에도 맞지 않는 콩글리시’라는 비판도 들린다. 서울시는 시민 참여를 통해 새 브랜드를 정했다지만 비판이 이토록 거센 것을 보면 그 과정에서 시민 의견이 과연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브랜드는 도시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다. 1000만 명이 사는 글로벌 메트로폴리스인 서울의 브랜드는 한 도시를 넘어 대한민국의 이미지까지도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신중하게 결정해 오래도록 간직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2년 이래 14년째 써 온 공식 브랜드인 하이서울(Hi-SEOUL)을 굳이 교체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교체 과정에서 줄곧 제기돼 왔다. 새 브랜드가 294억원(지난해 말 기준 서울산업진흥원 평가)에 이르는 ‘Hi Seoul’ 브랜드의 자산가치를 포기할 정도로 의미 있는 것인지 서울시에 묻고 싶다.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새 브랜드 확산을 멈추고 비판의 이유부터 헤아려야 한다. 시민들에게 브랜드를 굳이 바꿔야 하는 이유부터 제대로 설명하되, 이해를 구할 수 없다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교체 필요성부터 시민들에게 새롭게 물어봐야 한다. 설사 교체 필요성이 인정된다 해도 지금의 새 브랜드가 과연 타당한지는 별도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시민 사이에 이렇게 논란이 많은 브랜드로 수도 서울의 이미지를 대표하려 든다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하기 쉽고 내·외국인에게 호감을 주면서 기억에 오래 남을 브랜드를 시민들과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간단·명료해 별도 설명 없이도 단박에 느낌이 올 정도면 금상첨화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의 합리적 비판에 귀를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