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정화교과서 TF 논란 이틀째 동숭동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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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동숭동 국제교육원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은 26일 오후 1박2일만에 철수했다. 전날 오후 8시 야당 의원들은 "이 곳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위한 비밀TF(태스크포스)가 운영 중"이라며 항의차 해당 건물을 방문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과 심야 대치했었다.

26일 오전까지도 현장에서 경찰과 대치를 이어가던 야당 의원들은 오전 10시20분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 교문위 소속 정의당 정진후 원내대표는 "21명으로 구성된 TF 구성원들의 각자 역할을 살펴보면 청와대의 일일점검 회의를 지원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며 "사실상 청와대가 중심이 돼 국정화 작업을 비밀리에 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교문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국제교육원 담당자 확인 결과 추석 직후부터 교육부 직원들이 해당 건물을 사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교육부 해명대로 '일상적 업무'라면 설명을 할 일이지, 오히려 문을 걸어 잠그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교육부에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기존 직제에서 벗어난 TF를 구성할 때엔 행정자치부 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와 관련한 어떠한 절차도 밟지 않았다"며 "TF 단장으로 있는 충북대 사무국장도 정식 파견 명령을 받지않은 상태로 복무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각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 50여 명이 국제교육원 내에 진입해 "교육부가 TF팀을 만들지 않았다면, 그게 더 문제아니냐"며 "야당 의원들의 작태를 보면 2012년 국정원 직원 댓글개입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까지도 교육부 해명이 나오지 않자 현장에 남아 있던 김태년·유은혜·정진후 의원 등은 오후 3시 철수했다. 국회 교문위를 열어 상임위 차원에서 교육부와 청와대에 해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어제(25일) 적발된 비밀조직만 하더라도 원래 일해야하는 곳을 떠나서 비밀장소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며 "떳떳하다면 야당 의원들 방문을 당당하게 맞아들이고 설명을 해야 하는데 오늘도 출근들을 하지 않았으니 정말 문제"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하루종일 비판을 쏟아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현장에 들이닥쳐 공무원들을 감금하고 밖에 못 나오게 하는 작태가 벌어졌다"며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이런 일을 해도 되겠나 정말 기가 막힌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도대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이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즉시 이성을 되찾고 정상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2012년 12월 대선 때 국정원 여직원을 미행하고 그 집을 포위하고 출입통제하고 감금시킨 일이 떠오른다. 똑같은 식이다"라며 "야당의 문제는 여기 있다. 그러니 국민 지지를 못 얻는다. 야당이 화적떼는 아니지 않느냐"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말 국가를 난신적자(亂臣賊子·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와 어버이를 해치는 자식)의 길로 끌고 가려는 것 아닌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를 통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야당의원들의 공무원 감금행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위문희·정종문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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