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의 건강한 혁신은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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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앙일보가 창간 50주년을 맞아 20~22일 보도한 ‘2015 대학평가’가 우리 대학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쉼 없이 혁신하고 변화해야 디지털 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누려 온 명성과 간판에 안주해 연구와 강의 질 향상에 둔감하면 경쟁자에게 추월당하고, 결국 도태될 수도 있는 게 고등교육의 구조다. 특히 세계 유수 대학 강의를 인터넷으로 누구나 수강이 가능한 무료 강좌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가 등장하면서 교실 강의는 파괴적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1994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22회째를 맞은 본지 대학평가의 시사점은 남다르다. 올해 주목해야 할 점은 특성화 대학인 KAIST·포스텍을 제외한 종합대학 평가에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3강 구도가 깨졌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교육 여건, 교수 연구, 학생 교육 노력·성과, 평판도 등을 보는 종합평가에서 수위에 올랐다.

반면 우정의 라이벌 연세대(4위)·고려대(5위)는 성균관대(2위)·한양대(3위)에 밀려났다. 성균관대는 연구 투자와 기술 상용화, 한양대는 산학협력과 창업 등 실용적 학제로 변화의 흐름을 주도했다. 서울시립대는 첫 톱10에 올랐고, 부산대·경북대·전북대 등 지방 국립대도 약진했다.

 대학의 순위 바뀜이 실제 역량을 보여 주는 절대 잣대는 물론 아니다. 본지의 평가지표가 정량뿐만 아니라 대학·학문별 특수성 등 다양한 정성 요소를 망라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다. 대학들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극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건강진단서와 다름없는 본지의 분석 결과를 활용해 장점은 확대하고, 단점은 면밀히 보완하면 단단한 근육(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 건강한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강의와 연구의 질을 높이고 순수·실용학문에 대한 고민을 더 깊이 해야 한다.

 그러려면 총장과 교수가 개혁의 중심에 서야 한다. 최고의 지성인 총장은 통풍(通風)의 리더십과 비전이 필요하다. 교수들은 특히 학자의 전형을 보여 준 고(故) 정운채 건국대 국문과 교수의 열정을 되새겨야 한다. 대장암 투병 중에도 문학치료학 분야 국내 학술지에 14편의 논문을 남겼는데 피인용 수가 인문계열 전체 교수 5844명 중 1위였다.

 이제 우리 고등교육이 갈 방향은 명확하다. 양적 팽창에서 질적 팽창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4년제 대학은 지난 20년간 57개 늘어 200개나 되지만 세계 100대 대학은 한두 개에 불과하다. 우물 안 개구리다. 이를 벗어나려면 대학·전공별 특성화, 국제적 논문과 역·저서 활성화, 학문 간 융·복합, 강의 혁신 등이 절실하다. 본지의 대학평가는 그 활용서다. 대학이 건실한 개혁을 통해 지성의 자존감을 살찌우며 국가경쟁력을 이끄는 인재 양성의 산실로 더 진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