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는 결제기에도 통하네 … 삼성페이 사용자 100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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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부근의 한 음식점. 식사를 마친 직장인이 계산대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뜬 카드모양 그림을 내밀자, 직원은 이를 받아 바로 신용카드 결제기에 갖다댔다. 1초후 ‘삑’ 소리와 함께 영수증이 출력됐다. 직원은 “처음에는 손님도 우리도 모두 신기했는데, 요즘은 삼성페이로 결제하는 손님이 많아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대기만 하면 결제
마그네틱과 호환이 최고 강점
WSJ “애플페이 뛰어넘었다”
삼성 생태계 확대 계기 될 듯

 삼성전자의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의 국내 가입자가 이번 주 중 100만명을 넘어선다. 지난 8월20일 서비스를 시작해 하루에 1만6600명 정도가 가입한 셈이다. 모바일·인터넷에서 주로 사용하는 다른 간편결제와 달리, 특정 스마트폰을 통해서 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하는 간편결제 이용자가 100만명을 넘은 것은 대단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범용성을 흥행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근접무선통신(NFC) 방식은 물론, 매장 대부분이 보유한 ‘긁는’ 방식의 마그네틱 신용카드 결제기에서도 결제가 된다. 택시는 물론 포장마차라도 카드결제기를 갖춘 곳이면 삼성페이로 계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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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28일 출시한 미국에서도 “신형 카드결제기에서만 작동하는 애플페이를 뛰어넘었다”(월스트리트저널), “실제 지갑을 대체했다”(포천) 등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약 2000억원을 들여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특허를 갖고 있는 미국의 스타트업 ‘루프페이’를 인수한 게 결정적이었다. 당시 루프페이와 접촉한 뒤 인수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개월로 속전속결이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시간을 두고 협상했다면 가격을 낮출 수도 있었지만, 조속한 기술 확보로 얻을 수 있는 경쟁력이 크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삼성 생태계’ 확대라는 전략이 깔려 있다. 삼성은 스마트폰을 만들지만 각종 콘텐트 시장의 수익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쥐고 있는 구글이 가져간다. 자체 OS인 iOS를 갖춘 애플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이제는 하드웨어만으로는 차별화를 이루기 힘들어지면서 삼성도 구글·애플과 같은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보가 절실해졌다.

 그래서 내세운 게 삼성페이다. 간편결제 분야에 나서는 곳은 많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주도권을 잡은 곳이 없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앞세운다면 기존 고객을 묶어두고 새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다른 소프트웨어·콘텐트 사업으로 확장할 길이 열린다.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인호 교수는 “중국이 빠르게 쫓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하드웨어 기술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며 “삼성페이는 삼성이 소프트파워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삼성의 서비스 플랫폼이 확산한다면, 10~20년 후 삼성 스마트폰은 잊혀져도 삼성 생태계는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투자증권 정원석 연구원은 “삼성페이 자체로는 수익이 나지 않지만, 사용의 편리함 때문에 스마트폰 점유율을 방어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넘어야할 ‘장애물’도 있다. 아직까지는 삼성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4개 기종에서만 작동하며, 결제할 때 각종 포인트가 동시에 적립되지 않는다. 이마트·신세계백화점·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 유통사에서의 사용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삼성페이는 대대적인 진화를 준비중이다. 적용 기종을 중저가 모델로 대폭 확장하며, 교통카드는 물론 각종 포인트 적립, 현금인출 서비스도 가능케 할 예정이다. 간단한 업그레이드 절차만 밟으면 이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해외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중국 최대 신용카드 회사 ‘유니온페이’와 제휴 협상을 마무리 짓고 조만간 중국 진출을 발표할 계획이며, 올해 안에 스페인을 시작으로 유럽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한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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