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던가'와 '-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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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인스턴트 식품과 육식에 길들여져 김치 등 야채는 입에도 대지 않으려 한다.

엄마들은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 야채를 먹이려고 구슬려 보지만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김치를 먹던가 시금치를 먹던가' 야채를 섭취해야 몸이 건강할 텐데 걱정이다.

앞 글에서 보이는 '김치를 먹던가 시금치를 먹던가'는 잘못된 표기다. '김치를 먹든가 시금치를 먹든가'로 써야 맞다. '-던가(지)'는 과거의 일을 회상할 때 쓰는 연결어미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선택할 때나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나타낼 때는 '-든가(지)'를 써야 한다.

①-던가

.철수가 많이 아프던가?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싶어 당황했지.

.그 법안을 누가 제안했던가를 묻고 싶다.

②-든가

.공부를 하든가 놀든가 결정해라.

.노래를 부르든가 춤을 추든가 네 맘대로 해라.

.어디에 살든가 고향을 잊지는 마라.

이렇듯 '-던가'와 '-든가'는 쓰임이 각기 다른데도 발음상 비슷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잘못 쓰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특히 인터넷 채팅에서 네티즌들이 쓰는 언어를 보면 심각하다.

말로 할 때는 '-든가'와 '-던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지만 글에서는 다르다. 이제부터는 이 둘을 제대로 구분해 씀으로써 표현을 명확히 하도록 하자.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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