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의 화약고' 위구르…괴한들 탄광에서 40여 명 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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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화약고'로 일컬어지는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에서 위구르족 분리주의자들이 탄광을 습격해 4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위구르 자치구 선포 60주년 기념일(10월 1일)을 앞두고 벌어진 테러에 중국 보안당국은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23일 미국 자유아시아 방송과 홍콩 성도일보(星島日報)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새벽 3~4시경 신장자치구 아커쑤(阿克蘇) 지구 바이청(拜城)현에서 무장괴한들이 탄광에 침입해 현지 경찰관 등 수십 명이 사망했다. 탄광에 침입해 폭발사고를 낸 용의자들은 인근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사건이 자기들의 소행임을 밝혔다.

무장괴한들은 경찰차가 들어오는 탄광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석탄을 가득 실은 트럭으로 경찰차를 들이받았다. 당시 20 여명의 경비인력이 탄광 출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괴한들은 칼을 휘두르며 보안 출입구를 지키던 경비원들을 제압하고 광산용 다이너마이트 창고를 점거했다.

이번 사고로 경찰 10여 명이 다쳤고 5명은 무장괴한들이 휘두른 칼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중에는 우펑 테렉 경찰서장과 쿠르반얀 부서장도 포함됐다. 테러용의자가 몇 명이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상당수는 도주 중이라고 한다.

중국 공안 당국은 용의자들이 지역 경찰과 탄광주를 대상으로 오랜 기간 치밀하게 이번 사건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사한 기습공격에 대비하라는 긴급 지시가 인근 탄광에도 내려졌다. 바이청현에서는 순찰이 강화되고 학교들도 단축수업을 하는 등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바이청현에서는 지난 2월에도 20여 명의 위구르족이 경찰을 습격해 공안 2명 등 20여명이 숨졌다.

위구르족과 연관된 테러사건은 최근 몇 년간 계속되고 있다. 2009년 7월 중국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족과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이 우루무치(烏魯木齊) 에서 충돌해 197명이 숨지고 1700여 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2013년 집권한 시진핑(習近平) 정부 이후에도 천안문 차량 테러(2013년 10월), 쿤밍(昆明) 철도역 테러(2014년 3월), 우루무치 기차역 폭탄테러(2014년 4월) 등이 발생했다. 지난해 7월 위구르족이 많이 사는 카슈가르 사처(莎車)현에서는 위구르족이 대규모 폭동을 일으켜 96명이 목숨을 잃었다.

위구르인들은 중국 신장자치구에 주로 살고 있으며 중앙정부로부터 독립하길 원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탄압을 피해 언어·종교면에서 가까운 터키를 정치적 망명지로 선호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신장자치구에서 테러와 분리주의, 종교적 극단주의를 '3대 악'으로 규정하고 척결을 외치고 있지만 오히려 공안들의 과잉 단속이 반발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신장자치구에서 공산당원·공무원·학생·교사들에 대해 라마단 기간 모든 종교 활동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억눌렸던 현지인들의 불만이 높아진 상태다. 신장자치구의 대형 마트에서는 이달초 주방용 칼과 가위 등 날카로운 물건 판매를 제한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반드시 파출소에서 ‘식칼 구입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증명서에는 이름과 주민번호·민족·연락처와 함께 식칼 구입 개수와 용도까지 쓰게 되어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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