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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대생 “교사 되면 위안부 역사 꼭 가르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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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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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은 대학생들이 고(故) 김학순 할머니 흉상 앞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오야마 사야, 하나구치 모나미, 가스가이 모에, 김상헌, 신지인씨. [강정현 기자]

“이제 와서 안 했다고… 그럼 누가 했노. 학생들 잘 들으세요. 학생들이 역사를 잘 배워서 훌륭한 사람 돼 우리나라 잘 지켰으면 합니다.”(이옥선 할머니)

한·일 대학생 5명 ‘나눔의 집’ 찾아
“불행한 과거 되풀이 말자” 공감대

 지난 15일 한·일 대학생 다섯 명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았다. 영상을 통해 할머니들의 증언을 들으며 대학생들의 표정은 조금씩 어두워졌다. 학생들은 증언을 꼼꼼하게 공책에 받아 적기도 하고, 이옥선 할머니가 옷을 들어 보이며 배의 상처를 가리킬 때는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먼저 입을 연 이는 시오야마 사야(20·나가사키대)였다. 시오야마는 “위안부라는 단어만 알았지 어떤 상황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일본인들이 과거에 이런 잘못을 했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하나구치 모나미(21·나가사키대)도 “당시 고통을 얘기하는 할머니들의 표정을 보니 이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일본 교과서에서는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데 많은 사람이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생들은 특히 피해를 직접 증언한 할머니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김상헌(24·부산대)씨는 “아들이 알까 봐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말하기 힘들었다는 할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내가 아들이고 어머니가 피해를 당했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며 “할머니들이 용기를 낸 덕분에 잊혀질 뻔한 일본의 만행이 알려져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지인(22·부산대)씨는 “요즘도 성폭행이나 성추행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밝히길 꺼리는데 1991년(첫 증언 때)에는 얼마나 어려웠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일본의 사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가스가이 모에(23·연세대)는 “일본엔 이미 충분히 사과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도 많이 있다”며 “학생들도 전쟁 이후 일본 재건의 역사에 대해 주로 배우고 피해 국가의 상황은 잘 배우지 못한다. 위안부 문제에 공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나구치도 “배상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인정하기 쉽지 않은 것”이라며 “굳이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상헌씨는 “전후 70주년 아베 담화에서도 전쟁 중 있었던 일들을 제대로 고백하지 않았다”며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우리 세대에는 불행한 과거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가스가이는 “위안부 피해자는 곧 전쟁 피해자이기도 하다”며 “할머니들께 우리 세대가 노력해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시오야마는 “아이들에게 조금 어려운 내용이겠지만 과거에 전쟁이 있었고 위안부 동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겠다”고 다짐했다. 하나구치는 “나가사키에 있는 원폭 피해자들 역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얘기하곤 한다”며 “위안부 할머니들도 같은 말씀을 하시는 걸 보고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신지인씨는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라서 위안부 문제가 더 관심을 받고 있는데 내년, 내후년이 돼도 꾸준히 할머니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역사의 산증인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정강현(팀장)·유성운·채윤경·한영익·김선미·윤정민·김민관 기자, 사진·영상=정혁준 기자, 김상호·김세희 VJ fon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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