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생산량 합의를” 현대자동차 노조 올 임단협서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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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해외 공장 생산량’을 노사 합의로 정하자는 요구를 또다시 들고 나왔다. 미국·중국·인도·체코 등 해외 공장에서 만드는 차량이 늘수록 국내 노조원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성일 서강대(경제학부) 교수는 “생산물량 결정은 경영진의 ‘의사결정권’에 해당한다”며 “정부 정책이 아닌 기업 경영권에 개입하는 건 노조의 본령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조의 경영·인사권 개입은 이뿐이 아니다. 고용노동부·한국노동연구원이 727개 노조를 상대로 조사한 ‘2014년도 단체협약 실태’에 따르면 기업이 합병·양도 등에 나설 때 노조 동의를 얻거나 협의해야 하는 곳이 30%에 달했다.

전직·전근같이 노조원을 ‘전환배치’할 때 노조 합의를 거쳐야 하는 회사(24%)도 적지 않았다. 강관 제조업체인 A사는 2013년도 임단협 교섭에서 ‘인사이동’이 있을 때 노사 합의를 거치고, 인사위원회도 노사 동수로 구성한다는 쟁점 등을 좁히지 못해 파업과 직장폐쇄의 악순환을 이어갔다. 노동연구원 측은 “단협으로 인사·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정이 여전하다”며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 결국 ‘기업 생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우려했다.

 노조들이 먼저 나서 전향적 사례를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5월 신형 투싼의 주문이 몰리면서 울산의 여러 공장에서 나눠서 생산하기로 노사가 합의해 주목을 받았다. 갑자기 다른 차를 만드는 게 쉽지 않지만 고객을 위해 노조가 한 발짝 양보한 것이다.

 경영 개입 논란과 별도로 임금인상 등과 관련한 대기업 노조의 파업이 확산할지도 주목된다. 현대차 노조는 9일 조합원 4만8000여 명을 상대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가결되면 4년 연속으로 파업하게 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 노조도 이날 4시간씩 공동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올해 2월 조선업종 노조연대가 출범한 뒤 첫 공동파업이다. 삼성중공업 등 연대에 속한 나머지 노조 6곳은 참여하지 않았다.

김준술 기자, 울산=유명한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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