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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중 토론한 적 없다” 한국 29% 미국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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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영, 방금 읽은 글에서 정말 믿어도 되는 정보는 뭐라고 생각해요?”

 2013년 교환학생으로 미국 UC버클리대에 간 오수영(24)씨가 첫 수업에서 받은 질문이다. 수강생 20여 명의 이름을 모두 외워온 교수는 학생에게 연거푸 질문을 던졌다.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면 금세 강의실은 토론의 장으로 변했다. 오씨는 “처음엔 틀린 답을 말할까 머뭇거렸는데 어느새 토론 분위기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한 학기 뒤 돌아온 한국은 딴판이었다. 교수는 스크린에 띄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가끔 전체 학생에게 질문을 했지만 대개 교수 스스로 답하고 끝났다.

 강의만 있고 질문은 없는 ‘일방통행 수업’. 오씨가 경험한 한국 대학의 강의실 장면은 어디서든 쉽게 발견된다. 본지가 창간 50주년을 맞아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와 함께 전국 37개 대학 재학생(2·3·4학년) 68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강의당 한 번 이상 교수로부터 질문을 받아본 학생은 12.7%에 그쳤다. 강의당 한 번 이상 교수에게 질문을 해본 학생도 15.9%였다.

 토론 기회도 많지 않다. 학생 10명 중 3명(28.8%)은 “한 학기 동안 수업 중 토론에 참여해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미국학교교육평가협회(NSSE)가 2015년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유사한 항목으로 조사해 보니 토론 참여 경험이 없는 학생은 2%에 불과했다.

 강의실 밖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학 재학생 3명 중 한 명(34.5%)은 “진로에 대해 교수와 상담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대학마다 학생 상담을 위해 지도교수를 정하고 있으나 올해 1학기 지도교수와 상담한 적이 없는 학생이 32.9%였다. 특히 고려대·서울대·연세대 학생 중 절반 이상(53.8%)은 지도교수와 상담 경험이 없다고 했다.

 이번 면접조사는 학생이 대학에서 겪은 교육·생활 경험과 만족도 등 137개 문항으로 이뤄졌다. 본지는 이를 점수화해 국내 37개 대의 대학교육을 평가했다. 그 결과 전남대·포스텍·KAIST가 ‘최상’, 건양대·서강대·성균관대·숙명여대·이화여대·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이 ‘상’으로 평가받았다. 이들 우수대학은 강의 위주 수업을 토론 중심으로 혁신하고(KAIST), 교수·학생의 공동체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전남대)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김우승(기계공학과 교수)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링크사업단장은 “대학들이 논문·연구비 위주의 교수 업적평가를 개선하고, 교수가 강의 질을 높이고 학생 교육에 좀 더 노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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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대상 = 2014 중앙일보 대학평가 상위 37개 대학(종합평가 상위 30위, 교육중심대학 상위 10위 이내)
'그렇다'(%)=해당 문항에 긍정적인 응답을 한 학생 비율
점수는 5척도 응답을 점수화(매우 그렇다=100, 그렇다=75, 보통=50, 그렇지 않다=25, 전혀 그렇지 않다=0), 100점 만점

☞교육질평가 1회 지표별순위표 보기

◆대학 평가팀=천인성(팀장)·박유미·남윤서·현일훈 기자, 심송진·구세미·이화 연구원 guchi@joongang.co.kr
◆취재 참여=이설(중앙대 경영 졸업)·이유경(연세대 정치외교4)·김벼리(성균관대 국문4)·최문석(조선대 역사문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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