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장벽 완화 위한 MOU만 9건 … 한·중 FTA 빨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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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리커창 총리와 회담을 하고 한·중 FTA 조기 발효와 비관세장벽 해소 등을 통한 경제협력 극대화 방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양징 국무위원, 리 총리, 러우지웨이 재정부장, 허리핑 국가개발위 부주임, 추궈훙 주한대사, 정이 총리외사조리, 문승현 외교비서관, 안종범 경제수석,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윤병세 외교부 장관, 박 대통령, 김장수 주중대사. [베이징=박종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위한 시계가 더 빨리 돌게 됐다. 박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2일 회담에서 “양국 정부가 한·중 FTA의 조기 발효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FTA 효과 극대화를 위해 비관세장벽 해소에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한·중 정상회담 및 리 총리와의 회담을 계기로 양국 정부는 이날 33건의 경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중 9건이 FTA 발효를 촉진시키기 위한 무역 투자 관련 MOU였다. 현재 한·중 FTA는 국내에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계류돼 있고, 중국에선 국무원 심사가 진행 중이다. 청와대는 무역 투자 관련 MOU를 대거 체결한 게 비준과 발효로 이어지는 절차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체결된 무역 투자 관련 MOU 중 대표적인 것이 ▶품질 검사·검역 협력 MOU와 ▶표준·인증 분야 MOU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상호 교역물품에 대한 품질 검사나 검역, 표준이나 인증 관련 절차에서 서로 편의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두 나라 사이의 교역에서 수입을 낮추기 위한 ‘비관세장벽’을 완화할 수 있다고 청와대는 기대했다. 이럴 경우 FTA 발효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과 리 총리는 “대규모 경제사절단 방문과 다양한 MOU 체결을 계기로 민간 차원의 교역과 투자를 더욱 활성화한다”는데도 합의했다. 이날 체결된 MOU 중 ‘민간 교역·투자 증진을 위한 협의채널 구축’ ‘전자상거래 등 소비재 유통채널 확보’ 등이 민간 교류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들이다. 청와대는 “FTA를 계기로 한국의 대중국 경제전략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전략’(생산기지로 활용하는 전략)에서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 전략’(주요 소비시장으로 집중 공략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오늘(2일) MOU들이 FTA 효과를 극대화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내수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10조 달러(약 1경20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시장이다.

 이 밖에 한·중은 2000억원 규모의 문화 관련 벤처펀드도 조성하기로 했다. 국내 모태펀드인 ㈜한국벤처투자와 중국산업은행(CDB)의 자회사인 CDBC가 합작해 문화콘텐트와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2000억원 규모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합작으로 만든 국가 간 벤처펀드 중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이미 한·중 양국은 지난해 ‘이별공식’ ‘20세여 다시 한 번’ 같은 합작투자 영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다.

 양국은 보건·의료 교류의 문도 열었다. 성모병원과 상하이(上海) 류진병원 사이에 MOU를 체결하면서 한국 보건·의료 분야의 중국 진출 통로를 마련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보건·의료산업 규모를 1조2000억 달러(약 1420조원)까지 키울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또 리 총리에게 “북한이 핵 포기의 길로 나선다면 이를 적극 돕기 위해 동북아 개발은행 설립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박 대통령의 제안을 중요시하며 앞으로 진지하게 제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과 리 총리와의 회담은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오후 4시35분부터 40분간 열렸다.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56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경제사절단은 올 초 박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때부터 실시한 현지 기업과의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를 두 차례 열어 실질적인 계약 수주 성과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베이징=신용호 기자, 서울=남궁욱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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