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당 행사에서 총선 앞둔 장관들의 부적절한 처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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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엊그제 열린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총선 필승”이라는 건배사를 했다. 그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무위원이 여당 행사에서 총선을 입에 올린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특히 정 장관은 선거 사범을 단속하는 경찰청을 산하에 둔 선거 주무 부처의 수장이다. 서울대 교수 출신 헌법학자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 사람이 이런 발언을 했다니 더욱 실망스럽다. 정 장관의 고향인 경주에선 그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고 한다. 만에 하나 그가 출마를 의식해 이런 건배사를 했다면 대단히 잘못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하반기 경제동향 보고’를 통해 “내년엔 경제성장률이 3% 중반대로 복귀할 수 있게 해 총선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해 오해를 불렀다. 국무위원들의 이런 부적절한 발언은 앞으로 총선 준비 과정에서 정부 측의 사소한 실수만 나와도 관권 개입 의혹으로 번질 수 있는 빌미를 줬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지금이라도 부적절한 발언을 해명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도 경솔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지뢰·포격 도발로 인한 안보불안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연찬회를 열고 국무위원들과 술잔을 돌린 것부터 잘못이었다. 게다가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정 장관이 부적절한 건배사를 외치는데도 이를 막기는커녕 함께 따라 외치며 화답했다. “새누리당이란 명칭은 쓰지 않았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정 장관을 감싸기도 했다.

 앞으로 모든 국무위원이 내년 총선을 더욱 공정하고 엄정하게 관리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제·사회부총리 등 새누리당 의원 5명이 현 정부에서 장관으로 일하고 있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이들의 중립성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당사자들은 장관으로 재직하는 마지막 날까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엄수하고, 맡은 바 소임에만 충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