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또 낙하산 인사 … 관광은 봉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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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정창수(58)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취임했다. 변추석 전 사장이 지난 4월 4일 물러났으니, 관광공사는 약 4개월 만에 조직 본래의 모습을 회복한 셈이다. 아니다. 따지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이번 정부 들어 관광공사 사장은 10개월 가까이 비어 있었다. 이참 전 사장이 물러나고(2013년 11월 19일) 변추석 전 사장이 취임할 때까지(2014년 4월 4일) 공백 기간과 이번 4개월을 합하면 10개월에 육박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30개월을 내다보니, 이번 정부의 3분의 1 기간에 해당한다.

관광공사 사장 정창수

신임 정창수 사장은 여러모로 역대 관광공사 사장을 닮았다. 우선 이번에도 낙하산이다. 관광 분야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 사장은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그는 건설·교통 관료 출신이다. 다음으로 정 사장도 대선 캠프 출신이다. 변추석 전 사장도 박근혜 후보 캠프 출신이었다(이참 전 사장은 MB 캠프 출신이었다). 예기치못한 인사라는 대목도 비슷하다. 누가 국토해양부 차관 출신이 관광공사 사장이 되리라 예상할 수 있었을까. 관광업계에서 정창수라는 이름이 처음 나온 게 불과 달포 전이었다.

낙하산 인사에 인이 박혀서인지, 관광업계는 의외로 잠잠한 편이다. 되레 내심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번 정부의 실세로 분류되는 인물인데다, 행정고시 출신 관료여서다.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관계 개선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가장 반기는 쪽은 강원도다. 시방 강원도에는 관광공사를 강원도 산하기관처럼 여기는 여론이 있다. 올 1월 관광공사가 강원도 원주로 옮겨 온 뒤로 생긴 흐름이다. 이런 마당에 강원도 강릉 출신 관광공사 사장을 마뜩잖을 이유가 없다. 강원도 언론이 연일 정 사장을 환영하는 기사와 칼럼을 내놓고 있으며, 이에 맞춰 정 사장도 취임 첫 인터뷰를 강원도 매체와 했다.

흥미로운 건 정 사장이 강원도와 쌓은 인연이다. 이번 정부에서 그는 강원도와 두 차례 인연이 있었다. 두 인연 모두 끝은 안 좋았지만 말이다. 정 사장은 지난해 강원도지사에 출마하려고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그만뒀다가 공천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7월에는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내정됐다가 체육계 반발에 막혀 내정이 철회된 일도 있었다. 이번에 정 사장은 강원도와 세 번째 인연을 맺는 셈이다.

그래서 이번 인사가 다르게 읽힌다. 정 사장 임기가 끝나는 해에 공교롭게도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정 사장이 아직도 강원도지사를 바란다면, 이번 인사는 마침맞은 기회가 된다. 임기 3년 동안 강원도 안에서 마음껏 선거를 준비할 수 있어서다. 취임사에서 “평창 올림픽” 운운한 대목이 눈에 걸린 까닭이다. 아니라고 손사래 치면 할 말은 없다. 뭐, 3년 뒤면 드러날 일이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관광업계의 태도다. 체육계도 체육과 무관한 인물이라며 돌려보냈는데, 관광업계는 입도 뻥긋 안 한다. 이번 한 번이면 말도 안 한다. 관광은 전문가가 필요없는 산업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관광은 봉’이라고 자인하는 꼴이다. 한심하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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