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에 1000억 투자 … 김정주·허민 통 큰 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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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가 17일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는 넥슨 창업자 김정주(47) 대표가 이끄는 NXC(넥슨 지주사)다. 업계 1위인 쿠팡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조원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투자업계 큰손인 김정주 대표도 소셜커머스에 발을 담갔다. 특히 엔씨소프트(2011년·8045억원) 이후 오랜만에 국내에서 거액을 투자한 김 대표의 결정에는 허민(39) 위메프 창업자와의 끈끈한 인간관계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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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메프는 이날 “신주 발행분을 NXC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위메프의 박은상(34) 대표는 “NXC는 위메프의 경영 방향을 잘 이해하는 투자자”라고 밝혔다. NXC는 위메프의 기업가치 전체를 1조원가량으로 평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투자는 허민 원더홀딩스(위메프 지주사) 이사회 의장이 2010년 5월 위메프를 창업한 후 처음 유치한 외부 자금이다. 위메프는 이제까지 허 의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였다.

 5년간 투자 유치에 신중했던 허 의장이 맞이한 첫 투자자는 자신의 첫 엑시트(투자금 회수) 파트너인 김정주 대표다. 서울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두 사람은 게임업계에서 처음 만났다. 2001년 네오플을 창업한 허 의장은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다가 온라인 대전 액션게임 ‘던전앤파이터’로 2000년대 후반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를 휩쓸었다. 김 대표는 당시 연매출 500억원가량이던 네오플을 2008년 3800억원에 인수해 국내 인수합병(M&A) 업계를 깜작 놀라게 했다. 이후 네오플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현재는 매년 영업이익만 5000억원가량 내는 넥슨의 핵심 자회사로 성장했다. M&A 업계가 김 대표의 안목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래였다. 허 의장도 이때 투자금을 회수해 번 돈으로 위메프를 창업하고 고양 원더스 야구단을 창단하는 등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이번 투자협상 과정에서도 신뢰 관계가 핵심이었다. 허 의장은 김 대표에게 『드림 빅』(크리스치아니 코레아 지음)이라는 책을 선물하고 위메프의 비전을 얘기했다고 한다. 이 책은 브라질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 3명이 ‘금융회사의 힘은 자본의 규모가 아니라 꿈의 크기’라는 신념으로 뭉쳐 투자은행 ‘3G캐피털’을 키운 스토리를 담았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솔직히 처음에는 소셜커머스라는 비즈니스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여러분 팀과 함께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겠다”며 위메프 핵심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넥슨에 큰 수익을 안겨다준 네오플의 창업자인 허민의 투자제안과 이들이 이끄는 팀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김 대표는 또 위메프의 효율적인 조직과 사업성과도 높이 평가했다. NXC는 “위메프는 지난해 1조 6000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했고 올해에도 상반기 연 성장률이 60% 넘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또 “트래픽과 거래액 면에서도 쿠팡과 1등을 다투고 있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연이은 거액 투자로 소셜커머스 3사의 성장 잠재력도 재확인됐다. 쿠팡을 비롯해 모두 영업적자인데도 이들은 전통의 유통공룡을 위협하는 신(新)유통권력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쿠팡의 기업가치는 5조5000억원(추정치)으로 이마트(6조5000억원)·롯데쇼핑(7조8000억원)의 시가총액에 근접했다.

 특히 모바일 시장에서 이들의 미래가 밝다. LIG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모바일커머스는 23조원, 조만간 백화점 시장(28조원)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쇼핑앱 분야에서 소셜커머스 3사의 이용자 수는 쿠팡(779만 명)·위메프(513만 명)·티몬(511만 명) 순으로 1~3위를 휩쓸었다. 기존 전자상거래 강자인 G마켓이나 11번가도 훌쩍 뛰어넘었다. 해외 시장으로 확장 가능성도 높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모바일 시장에서 성공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소프트뱅크도 쿠팡에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련·김현예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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