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단계 호스피스, 병원에서 가정까지 확대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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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의대 이경식(72·사진) 명예교수에게 호스피스는 운명과도 같다. 혈액종양내과 전문의인 그는 1988년 서울성모병원에서 처음으로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함께했다. 명예교수인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월·목요일)은 병원에 나와 호스피스 병동 환자를 살핀다. 그는 “말기 암 환자가 통증과 고통 속에 죽어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마지막 삶을 가장 아름답게 여한이 없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미국에서 공부를 하다가 들어와 81년부터 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로 재직했다. 암 전문의로 숱한 환자를 봤다. 치료하다 보면 손쓸 수 없게 전이된 환자는 대부분 항암제로 치료하더라도 궁극적으로 고통 속에서 사망에 이른다. 이들을 어떻게 돌보는 것이 도리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마침 미국에서도 호스피스가 시작되고 있었고, 병원 신부님과 수녀님들도 관심이 많으셔서 시작하게 됐다.”

-일반 병동과 호스피스의 가장 큰 차이는.
“목표가 다르다. 일반 병동은 병을 낫게 하고 환자를 살린다. 하지만 현대의학은 모든 사람을 살릴 수 없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마지막 삶까지 가장 인간답게 아름답게 살게 해주는 것이 목표다. 단순히 신체적인 부분만을 케어하는 게 아니라 가족과의 관계, 삶에 관한 영적인 문제까지 케어를 해준다. 특정 종교적 관점은 없고 각자의 종교를 존중해준다.”

-호스피스가 왜 중요한가.
“60~70년대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에는 가족이 다 모여서 작별인사도 하고 집에서 모셨다.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다. 그게 의학이 발전하면서 변질됐다. 죽음을 정복 대상으로 착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우리가 마지막 삶을 대하는 방식이 옳은가 생각해봐야 한다. 살 수 있는 병은 치료하는 게 맞다. 하지만 말기 암 환자에 대해 집착하는 것보다 하루라도 의미 있게,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도리라고 본다.”

-건강보험이 적용됐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나.
“이제 시작이다. 미국·일본·대만·홍콩 등 많은 나라가 호스피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호스피스는 국가사업이다. 뜻이 있는 몇몇이 하는 게 아니라 복지국가의 역할이라는 뜻이다. 암이 우리나라에서 사망 원인 1위다. 특별한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상이다. 지금 수가로는 병원 입장에서 이익이 남지 않는다. 정부에서 외국처럼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호스피스 어떤 방향으로 확대돼야 하나
“가정 호스피스가 활성화돼야 한다. 어떤 환자의 경우 병원보다 자기 집에서 돌아가시기를 원한다. 실제로 자기가 살던 익숙한 환경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가정 호스피스 시범사업이 실시 중인데, 조속히 확립돼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다. 현재 호스피스 병동에서 2주가 지나면 퇴원해야 하는 이분들도 가정 호스피스 지원이 절실한 형편이다.”

윤수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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