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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생 130명 광주~천안 290㎞ ‘독립운동 대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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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단국대생들이 지난 2일 광주학생운동기념탑 앞에서 출정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뜨겁게 나라 사랑!” “가자 만주까지!”

 3일 오후 2시 전남 장성군 백양사 앞 도로. 국토대장정에 나선 단국대생 130명이 “파이팅”을 외치며 팔당사 쪽 진입로에 접어들었다. 초록색 조끼에 흰색 모자를 쓴 학생들은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선조들의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겠다”며 행진에 나선 지 사흘째를 맞았지만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행렬 뒤쪽에선 비 오듯 땀을 쏟아내는 동료에게 “힘내라”며 물을 건네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단국대생들이 나라 사랑과 애국심을 주제로 한 국토대장정에 나섰다. 뜨거운 뙤약볕 속에서도 하루 30㎞씩 총 290㎞를 걷는 대장정이다.

 학생들은 지난 1일 일제 강점기 때 학생운동이 시작된 광주광역시에 모인 뒤 전남 담양·장성을 거쳐 이날 전북 정읍시 내장사에 도착했다. 오는 10일까지 익산·논산·대전을 거쳐 천안 독립기념관까지 걷는 코스다. 수련원과 찜질방에서 잠을 청하면서도 묵묵히 고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출발지인 광주에서는 광주학생운동기념탑 앞에서 출정선언문을 낭독하고 애국의 의미를 찾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했다. 정효진(23·여·화학과 4년)씨는 “걸을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지만 독립의 역사가 깃든 의미 있는 길이라는 생각에 절로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들이 걷는 코스는 단국대 설립자이자 독립운동가인 범정 장형(張炯·1889~1964) 선생이 애국·계몽 강연을 다녔던 길이다. 설립자가 독립운동을 하던 길을 따라 걸으며 애국심과 역사의식을 키우자는 게 이번 행진의 목표다. 김성민(26) 총학생회장이 지난해 선거 때 공약한 국토대장정에 역사성을 가미해 새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장형 선생은 1921년 ‘반도고학생친목회’ 총재를 맡아 독립운동에 투신한 뒤 47년 단국대를 설립했다. 학생들은 10일 독립기념관에 마련된 장형 선생의 어록비 앞에서 광복 70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이 자리에선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과 박유철 광복회장이 학생들에게 완주 메달도 걸어줄 예정이다. 이 중 20명은 다음달 초 만주와 상하이 등 독립운동 현장을 둘러보는 해외탐방에도 참가한다.

 학생들은 대장정 코스를 돌며 시민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고 태극기 달기를 주제로 한 플래시몹도 선보일 예정이다. 광복70주년기념사업회도 학생들의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지원하고 나섰다. 5일과 8일에는 독립운동사 분야 권위자인 한시준 단국대 교수의 특강도 열린다.

 이번 국토대장정에 나선 학생들은 엄정한 심사를 통해 선발됐다. 당초 60명 모집에 400명 이상 몰리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고 결국 참가 인원도 두 배 이상 늘었다. 김종규 단국대 학생처장은 “패기와 열정으로 뭉친 학생들의 열의를 적극 반영해 역사의식과 애국심을 높일 수 있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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