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셀프디스'…"할아버지 이름 앞에 부끄럽다"

중앙일보

입력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31일 “할아버지 성함 석자 앞에 언제나 부끄럽습니다”라며 스스로를 ‘셀프 디스’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기획한 ‘셀프디스’의 네번째 주자로 나서 자신의 할아버지인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을 언급했다. 그는 “할아버지를 포함해 형제 여섯 명이 만주로 떠나 항일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이중 다섯명이 조국의 땅을 밟지 못한채 고문과 배고픔으로 돌아가셨다”며 “부끄럽게 제게는 그런 용기와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당이 어려운데 제 한 몸 던져서 뭐라도 해야하지만 망가질까 두렵고 주변 시선도 신경이 쓰였다”며 “부쩍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는 요즘, 할아버지 흉내라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디스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무례)의 준말로 상대를 공개적으로 공격해 망신을 주는 힙합 문화에서 나온 말이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3일부터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을 시작으로 ‘셀프 디스’를 진행하고 있다. 스스로(self)를 공개 비판하는 형식이다. 문 대표는 당시 “강한 카리스마를 보이지 못해 죄송하다”고 비판했고, 박지원 의원은 “호남, 호남만 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손 위원장은 셀프디스에 이어 “성에 차지 않는 분은 문재인·박지원 의원에게 추가로 디스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문 대표에게는 “당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훼손하는 의원들에게 엄격함으로 대하라” “분당·탈당론자들을 비판해야 한다” “악마에게 대항할 때는 악마답게 해야 한다” “유약하다” “온화함만으론 어렵다” “권력의지가 없다”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사건에서 정부·여당 편만 든다” “유리한 사안도 국민 설득이나 여당과의 논리 싸움에서 항상 밀린다” “왜 마대 자루 같은 양복만 입느냐” 등의 지적을 했다.

박 의원에게는 “자신이 킹메이커가 아닌 킹브레이커임을 직시하라”, “당 대표 못돼서 뿔난 사람 같다”, “분열의 화신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 “세대교체에 앞장서서 젊은 후배들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달라”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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