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원본 파일 달라는 안철수 … 이철우 “국정원 해체하란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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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당은 국정원 대변인으로 전락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21일 국정원 불법 해킹 의혹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다.

 안 위원장은 “국정원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직원 일동 명의의 성명 발표를 통해 진상규명 노력을 정치 공세로 몰아붙이고 있고, 여당은 저에 대한 정쟁화에 앞장서고 있다”며 국정원과 새누리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그런 뒤 국정원에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 자료 제출을 요구하겠다면서 목록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사(社)’에서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RCS)의 로그파일 원본, RCS와 유사한 프로그램 구매·운용 여부와 관련된 자료, 숨진 국정원 임모(45) 과장이 삭제하거나 수정한 디스크 원본과 복구 파일 등 30가지에 이른다.

 안 위원장은 특히 “로그파일은 컴퓨터의 모든 활동내역이 기록된 파일로, ‘컴퓨터의 발자국’ 같은 것”이라며 “해킹 프로그램의 로그파일을 분석하면 국정원이 어떻게 이용했는지, (해킹) 대상이 국내 민간인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그파일은) 출력한 유인물이 아닌 파일 자체를 제출해 달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은 안 위원장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의혹 해소가 아닌 의혹 부풀리기”(김영우 수석대변인)라고 비판했다.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에 원본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있을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국정원이 그런 자료를 제출한다면 해체해야 된다”고 말했다.

 정보위 소속 박민식 의원은 “국회법상 정보위원회는 비공개가 원칙이고, 국가 기밀사안에 관한 건 국정원이 거부를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민감한 내용은 정보위에서 구두로 보고하게 돼 있는데 이런 내용을 모르면 무식한 거고, 알면서도 광범위하게 요구했다면 그야말로 정치 공세”라고 받아쳤다.

 새누리당은 임 과장이 특별감찰의 압박에 시달렸을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이철우 의원은 당 소속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국정원 확인 결과 전화로 몇 마디 물어본 것밖에 없다고 한다”면서 “감찰실에서 전화가 오면 압박을 받을 수는 있지만 불러서 세게 조사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임 과장이 숨지기 전 삭제한 자료가 복구되면 의혹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자료 복구와 국정원 현장조사를 최대한 서두르고 논란을 매듭짓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2+2 회동’을 하고 국정원 해킹 의혹 규명 방안과 함께 정부 추경 예산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견이 커 진통을 거듭했다.

김형구·김경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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