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트램, 출발도 못하고 멈춰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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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택

권선택(60) 대전시장이 항소심에서도 당선 무효형인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음에 따라 대전시의 현안 사업이 사실상 멈추게 됐다. 아직 대법원 선고를 남겨 두고 있지만 형량이 바뀔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전 지역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은 하급심 재판결과가 법령·판례·헌법 등에 위배되는지 여부만 판단하기 때문에 항소심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아주 작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지난 20일 선고 직후 실·국장 간부회의에서 “시장의 재판 때문에 시정 추진에 소홀하거나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했다. 권 시장은 또 “재판을 핑계로 꼭 이뤄져야 할 사업이나 시책이 늦어지거나 차질을 빚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자들은 민감하고 상황 판단이 빠르다”며 “시장의 말이 얼마나 조직에 스며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도 성명을 내고 “권 시장은 재판으로 발생한 민선6기 대전 시정 혼란에 대해 명백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시의 주요 현안은 ▶갑천친수구역 개발사업(호수공원 아파트 사업)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엑스포 공원 재창조(리모델링) ▶시립의료원 건립 등이다. 권 시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사업 백지화 여론이 일고 있는 갑천친수구역 개발사업(호수공원 사업)과 관련, “사업의 일관성 측면에서 전면 백지화가 어렵지만 일부 문제가 있다면 수정하는 게 맞다”며 “친환경·저비용적이고 원도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이 사업의 나아갈 방향인 만큼 새로운 개념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갑천개발사업은 개발 방식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 해서는 안될 사업이어서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이 사업을 보류하든지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시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하자마자 추진한 도시철도 2호선 트램(노면전차) 건설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대전시는 지난 4월 트램 건설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비는 7억9000만원이며 결과는 2년 뒤에 나온다. 권 시장과 담당 직원들은 올 들어 2차례 해외 여러나라에 트램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건설 방식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데 사업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했다.

 권 시장의 최종 낙마 여부는 오는 10월쯤 대법원에서 최종 판가름 날 전망이다. 대법원 지침에 따르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상고심을 전 단계 법정 선고일로부터 3개월 내에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 시장은 상고할 뜻을 분명히 한 상태다. 권 시장은 “시장직 박탈은 너무하다”며 “최후까지 부당함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벌써 시장 재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여기고 있다. 후보 이름까지 거론된다. 염홍철·박성효 전 대전시장, 김신호 전 대전시 교육감, 이재선 전 국회의원과 박병석 전 국회 부의장, 이상민 국회법제사법위원장 등이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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