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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증시 “공포 정점 지나” vs “당장 반등 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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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증시에 ‘불확실성’이란 먹구름이 끼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엎친 ‘그리스’에 덮친 ‘중국’ 탓이다. 지난주 상하이종합지수 3400선이 붕괴되자 코스피지수도 4개월 만에 2000선이 뚫렸다. 시간이 지나며 회복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태풍이 한 차례로 그칠지, 여파는 얼마나 이어질지 좀처럼 종잡기 어려운 형국이다.

 일단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국내와 중국 증시 모두 일단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12일 본지가 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의견을 들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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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주 ‘공포의 정점’을 지났으며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중국 증시에서 ‘팔자’ 행진의 클라이맥스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 반등이 당장 일어나기도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태풍의 진원지인 중국 증시는 출렁임이 멈추고,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풀리는 데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쏟아내며 증시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라며 “덕분에 하락세는 멈췄지만 공세적인 투자에 나서긴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센터장은 투자자들이 10년 전의 사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상하이지수는 2005년 6월 1000선에서 출발해 2년여 만에 6124.04까지 치솟았다가 일순간 급락했다. 이후 7년간 2000선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중국 증시는 당분간 변동성이 높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더 이상 유동성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건 어려운 만큼 본격적인 반등은 2분기 실적 지표들이 확인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센터장도 “중국과 국내 시장 모두 저가 매수를 선택해 불확실성을 떠안고 가는 것보다는 대외변수가 해결된 이후 대응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대해선 다소 의견이 갈렸다. 신중론이 우선 나온다. 이상화 센터장은 “그리스 사태와 중국 증시의 불안에 국내 증시도 당분간 출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센터장들은 코스피 ‘바닥’을 1950선 전후로 제시한 경우가 많았다. 가장 낮게 본 곳은 대우증권으로 1850선을, 가장 높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으로 2000을 제시했다. 그 아래로 간다면 저가 매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다만 매수 대상은 코스피·대형주와 코스닥·중소형주로 엇갈린다. 그동안 국내 증시는 코스닥·중소형주가 코스피·대형주보다 더 많이 상승했다. 코스닥지수는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34.6%의 높은 상승률을 보인 반면 코스피지수는 같은 기간 6% 상승하는 데 그쳤다. 경기 침체와 대기업들의 실적 악화, 코스닥의 상대적 저평가 등이 두 지수의 희비를 엇갈리게 만들었다.

 신동석 센터장은 코스피·대형주가 오를 때가 됐다는 쪽이다. 그는 “코스닥·중소형주에 대한 선호 현상은 점차 약해질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세가 견조한 만큼 저평가 대형주의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화 센터장은 “그리스 사태 등 대외변수가 진정되기 전에는 코스닥·중소형주·성장주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중장기 투자자들의 경우 코스피 기준 1980선이면 매수에 나서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안병국 센터장은 “그리스와 중국의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대형 수출주에 대해서는 보수적 시각을 바꾸기 어렵다”며 “중소형주와 성장주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대외변수들이 안정되면 코스닥의 반응이 코스피나 대형주의 반응보다 더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석·정선언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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