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식의 야구노트] 이번엔 승리수당 갈등 … 바람 잘 날 없는 롯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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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메르스’가 아닌 ‘메리트(merit)’ 였다. 지난주 롯데 자이언츠를 덮친 건.

 메리트는 프로야구 선수가 받는 승리수당이다. 연봉·계약금·개인 성적에 따라 받는 보너스와는 별개다. 1승을 올리면 구단은 팀 성과급 차원에서 돈을 풀고 선수단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눠 갖는다. 메리트는 계약사항이 아니고 야구규약(KBO룰)에도 없다. 그래서 문제다. 줘도 불만이고, 안 주면 난리가 난다.

 지난 26일 부산의 한 지역신문에 ‘또 내홍 휩싸인 롯데… 설설 기는 성적, 이유 있었네’ 제목의 기사가 났다. 롯데 주장 최준석(32) 등 고참들이 지난 7일 메리트 시스템 변경을 요구했고, 이윤원 단장이 이를 거부하며 양측이 갈등했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말 사장·단장·운영팀장이 바뀌기 전까지 롯데는 1승당 1000만원 이상을 줬다. 엔트리에 든 27명이 나누면 평균 30만원 안팎이다. 시즌 막판엔 4000만원까지 올랐다는 소문도 있었다. 올해는 기본수당을 낮추고 월별 순위에 따른 가중치를 둬 지급하고 있다. 팀 순위가 높아야 메리트 규모가 커지는 구조다.

 5월을 5위(28승24패·승률 0.538)로 마친 롯데는 6월들어 성적이 점점 떨어졌다. 그러자 실수령액이 지난해보다 적다고 선수들이 불만을 내비쳤다. 29일 현재 롯데는 8위(34승39패·0.466)까지 떨어졌다. 이 단장은 “선수들에게 (성적이 나쁜) 지금 메리트 제도를 바꾸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선수들도 이해했다. 메리트 때문에 선수들이 태업한다는 얘기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의 말대로 평균 2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십수만원의 수당 차이 때문에 야구를 대충 할 리는 없다. 그러나 이번 메리트 사건은 롯데의 현주소를 잘 설명하고 있다. 여전히 팀 내 잡음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롯데는 구단 수뇌부가 선수들을 CCTV 기록으로 사찰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구단-코칭스태프-선수단이 사사건건 반목했다. 불신하고 증오하는 그들의 민낯이 언론에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결국 구단 수뇌부가 싹 바뀌었고, 김시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대부분 물러났다. 바뀌지 않은 건 롯데 선수들 뿐이었다.

 사실 메리트 사건은 해프닝에 가깝다. 노사간 협상에서 있을 수 있는 제안이고, 거부였다. 그러나 팀 순위가 뚝뚝 떨어지는데 시행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제도를 바꿔달라고 했기에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내밀한 얘기가 밖으로 상세하게 알려지는 것도 롯데의 병폐다. 롯데의 내분은 늘 이런 식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메리트 제도는 1980년대부터 있었다. 2000년대 초 8개 구단이 메리트를 없애자고 합의했지만 1년 만에 되살아났다. 투자 대비 효과가 커서다. 1승당 1000만~2000만원이라면 연간 300억원 이상을 쓰는 야구단으로선 큰 부담이 아니다. 성적이 좋은 구단은 메리트 시스템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선수들도 이를 보너스 개념으로 여기며 잘 챙긴다.

 전통적으로 롯데는 메리트에 인색한 편이었다. 몇년 전만 해도 현금이 아닌 롯데 상품권으로 지급해 선수들이 불만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롯데의 메리트 시스템은 다른 구단과 별 차이가 없다. 다른 게 있다면 승리기여도와 상관 없이 메리트를 똑같은 금액으로 나눈다는 점이다. 이종운 롯데 감독이 “1승을 위해서 모두 똑같이 노력한 것”이라고 구단에 요청해서다. 구단은 세금을 떼고 똑같은 액수를 각자 통장에 입금한다.

 그런데도 선수들의 불만이 나왔다. 이건 쌈짓돈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구단에 대한 선수들의 로열티(loyalty·충성심) 문제다. 롯데가 달라지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 촌극이다.

김식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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